“팔뚝의 헌혈 자국은 자랑스러운 영광의 상처죠.”

  • 사회/교육
  • 미담

“팔뚝의 헌혈 자국은 자랑스러운 영광의 상처죠.”

  • 승인 2016-06-30 18:41
  • 신문게재 2016-06-30 20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지금까지 헌혈봉사 451회 한 홍준호씨...“횟수는 중요한게 아니죠”

“건강 허락될 때까지 헌혈은 물론 그 필요성과 중요성 홍보하고파”


“영광의 상처라고나 할까요?”

홍준호(55ㆍ사진)씨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자신의 양쪽 팔뚝에 가득한 바늘 자국을 가리키면서다. 바늘이 꽂아진 자리는 흉터가 돼 빨갛게 도드라져 있었다. 흉터는 수십여개가 넘어 보였다. 그에게 물었다.

“팔에 무슨 흉터가 이렇게 많나요?”

홍씨는 말없이 팔뚝을 여러 번 어루만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혈 자국이에요. 내 몸한테는 미안하지만 자랑스러운 흉터죠”

홍씨는 34년 전인 1982년 처음 헌혈을 했다. 지인 문병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소아병동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췄다. 어린 꼬마가 머리에 주사바늘을 꼽고 수혈 받는 모습을 보고나서다.

그 장면은 홍씨에게 큰 충격이었다. 멈춰선 그에게 간호사는 “혈액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때부터 홍씨는 헌혈을 시작했고, 이렇게 시작한 헌혈은 어느덧 451번째를 맞았다.

“헌혈을 하다보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사회에서 쓸 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헌혈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단 한번이라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중요하죠”

그의 헌혈은 남들보다 특별하다. 지금까지 한 헌혈의 절반이 혈소판 헌혈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홍씨는 서울역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피켓을 봤다. “혈소판 헌혈을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혈소판 헌혈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회가 되는대로 헌혈의 집을 찾았다. 혈소판은 다쳐서 상처가 낫을 때 피를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백혈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혈소판 헌혈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 헌혈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사람들의 혈소판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백혈병 환우가 혈소판을 제때 수혈 받지 못하면 여러 합병증으로 안타까운 일들을 겪게 돼요. 혈소판 헌혈이 몸에 무리가 가거나 후유증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저를 보세요.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그의 일상은 헌혈 중심으로 돌아간다. 헌혈 예정일 3일 전부터 입에 술 한모금도 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대신 담백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수혈자에게 맑은 혈액을 주기 위해서다.

홍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 할 생각이다. 학교나 직장을 찾아가 헌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이제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이 무섭지 않다.

“바늘이 들어갈 때면 눈을 질끈 감고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을 봐도 별 특별한 느낌이 없어요. 혈관도 일상이려니 인정을 한 느낌이랄까요. 양쪽 팔뚝에 있는 상처가 자랑스럽습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