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헌혈봉사 451회 한 홍준호씨...“횟수는 중요한게 아니죠”
“건강 허락될 때까지 헌혈은 물론 그 필요성과 중요성 홍보하고파”
“영광의 상처라고나 할까요?”
홍준호(55ㆍ사진)씨가 겸연쩍은 듯 웃었다. 자신의 양쪽 팔뚝에 가득한 바늘 자국을 가리키면서다. 바늘이 꽂아진 자리는 흉터가 돼 빨갛게 도드라져 있었다. 흉터는 수십여개가 넘어 보였다. 그에게 물었다.
“팔에 무슨 흉터가 이렇게 많나요?”
홍씨는 말없이 팔뚝을 여러 번 어루만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혈 자국이에요. 내 몸한테는 미안하지만 자랑스러운 흉터죠”
홍씨는 34년 전인 1982년 처음 헌혈을 했다. 지인 문병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소아병동을 지나가다 걸음을 멈췄다. 어린 꼬마가 머리에 주사바늘을 꼽고 수혈 받는 모습을 보고나서다.
그 장면은 홍씨에게 큰 충격이었다. 멈춰선 그에게 간호사는 “혈액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때부터 홍씨는 헌혈을 시작했고, 이렇게 시작한 헌혈은 어느덧 451번째를 맞았다.
“헌혈을 하다보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사회에서 쓸 모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헌혈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단 한번이라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중요하죠”
그의 헌혈은 남들보다 특별하다. 지금까지 한 헌혈의 절반이 혈소판 헌혈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홍씨는 서울역 앞에서 한 아주머니가 들고 있는 피켓을 봤다. “혈소판 헌혈을 도와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혈소판 헌혈의 중요성을 깨닫고 기회가 되는대로 헌혈의 집을 찾았다. 혈소판은 다쳐서 상처가 낫을 때 피를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백혈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혈소판 헌혈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 헌혈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그는 사람들의 혈소판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백혈병 환우가 혈소판을 제때 수혈 받지 못하면 여러 합병증으로 안타까운 일들을 겪게 돼요. 혈소판 헌혈이 몸에 무리가 가거나 후유증이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저를 보세요.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그의 일상은 헌혈 중심으로 돌아간다. 헌혈 예정일 3일 전부터 입에 술 한모금도 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대신 담백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수혈자에게 맑은 혈액을 주기 위해서다.
홍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헌혈을 계속 할 생각이다. 학교나 직장을 찾아가 헌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데도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이제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이 무섭지 않다.
“바늘이 들어갈 때면 눈을 질끈 감고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을 봐도 별 특별한 느낌이 없어요. 혈관도 일상이려니 인정을 한 느낌이랄까요. 양쪽 팔뚝에 있는 상처가 자랑스럽습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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