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완만하고 경사도도 낮지만 홍보 부족으로 이용객 적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의 소원 중 하나다. 대전 근교에 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곳이 있다. ‘계룡산 국립공원 탐방로 수통골 코스’로 장애인, 노약자 등이 쉽게 다닐 수 있는 ‘무(無)장애 탐방로’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장애인들은 많지 않다. 홍보 부족으로 무장애 탐방로를 모르는 장애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10년부터 전국 16개 국립공원에 무장애 탐방로 21개 구간(23.4km)을 조성했다. 국립공원을 찾는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보행약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위해서다.
무장애 탐방로는 평균 폭 1.8m 이상, 평균 경사도 8% 이하로 조성된 완만한 등산로다. 웅덩이나 턱, 돌부리 같은 장애물을 없애고 데크로드를 깔아 휠체어나 유모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계룡산 국립공원에는 무장애 탐방로 2개 구간이 있다. ‘수통골 탐방로(1km)’와 ‘갑사주차장~갑사 탐방로(1.5km)’다. 각각 2012년과 지난해 만들어졌다.
수통골 탐방로는 한밭대 뒤편 수통골분소에서 시작해 섶다리, 쉼터, 저수지, 가리울위삼거리 입구, 도덕봉입구를 들려 수통골분소로 돌아오는 구간이다. 걷는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탐방로는 데크로드와 포장도로, 비포장도로가 깔린 3개 구간으로 나눠진다. 모든 구간이 휠체어가 양쪽에서 지나가거나 유모차 여러 대를 끌어도 공간이 남을 만큼 공간이 넓다. 경사도 완만하다.
비포장도로에는 땅의 질어짐을 막기 위한 코코넛마대가 깔려있다. 각 구간은 턱이 없고 모두 얕은 경사로 이어진다.
이 길을 걸으면 좌우로 빽빽이 둘러진 나무와 맑은 화산천을 볼 수 있다. 즐비한 기암괴석도 눈을 즐겁게 한다. 보행약자가 통행에 불편함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잘 갖춰놓은 탐방로를 아는 장애인들이 없다는 점이다.
수통골 탐방로는 대전시내와 20~30분 거리임에도 이곳을 알거나 찾는 장애인들은 거의 없다. 이렇다보니 주로 근처 요양원 환자나 주민들만 이용하는 상황이다.
탐방로가 보행약자를 위해 조성된 곳인 만큼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뇌병변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이모(40)씨는 “대전에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수통골에 장애인들을 위한 무장애 탐방로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시내에서도 가까운 거리인데 미리 알았다면 보호자와 함께 자주 찾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계룡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앞으로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의 단체 방문이나 셔틀버스 서비스 운영 등으로 많은 보행약자들이 무장애 탐방로에서 생태복지를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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