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숙 한밭도서관 사서 |
▲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 권순훤, 쌤앤파커스, 2016 |
수많은 명화와 음악 중에 나의 시선을 끄는 두 명의 화가와 음악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중 하나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장화 '천지창조'를 완성한 미켈란젤로는 교황청으로부터 또 하나의 벽화를 의뢰받게 되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최후의 심판'이다. 이 벽화에는 그 당시 교황청의 전례 담당관이었던 체세나 추기경의 고통받는 모습이 그려졌는데 이는 당시의 부패한 성직자들의 매관, 매직을 폭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부정한 추기경을 조롱하는 미켈란젤로의 그림처럼 당시의 잘못된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한 곡이다. 알마비라 백작의 하인 피가로와 백작부인의 하녀 수잔나는 서로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다. 그러던중 수잔나는 자신을 흠모하던 백작이 초야권(영주가 하인들의 결혼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결혼 첫날밤에 신랑보다 먼저 신부를 소유하는 권리)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백작부인에게 알려 백작은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아내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는 이야기다. 이 연극이 발표됐을 당시 왕실과 귀족사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상연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성직자의 부정부패와 귀족사회의 잘못된 신분제도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다음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이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는 양귀비꽃이 활짝 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무릎 꿇고 서 있는 여자는 위험하고 불안정해 보인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여자의 볼에 입맞춤하고 있다. 여자와 남자의 머리에는 화관이 씌어 있어 두 사람의 행위가 성스러워 보인다. 여자의 몸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여성성을 강조하고 남자는 직사각형 무늬를 넣어 남성성과 거친 느낌을 표현했다. 여자의 양손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해 보이지만 두 눈을 감고 볼을 내어주는 모습이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랑하지만 헤어져 살 수밖에 없었던 운명 같은 체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플뢰게와의 위태로운 사랑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베토벤은 귀족가문의 귀차르디에와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집안의 반대로 헤어져 다른 귀족과 결혼한다. 베토벤의 인간적인 고민이 녹아있는 '월광 소나타'는 이때 만들어졌다. 이곡은 달빛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환상곡풍의 소나타이다. 단조의 야상곡 같은 분위기다. 베토벤의 불안한 사랑,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어둡고 우울한 감정과 이 모든 시련을 극복해 나가려는 강렬함을 표현하고 있다.
클림트는 열정과 사랑을 그림으로, 베토벤은 음악으로 표현했을 뿐 그림이 주는 감동과 음악이 주는 감동은 다르지 않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화가와 음악가를 짝지어 그들의 스토리를 구성한 이 책은 명화, 클래식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 문화의 장르로서 많은 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책을 읽으며 그림을 감상하고 또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함께 경험하고 그림과 음악이 한층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클래식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접근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명화에 있어서는 내용적인 부분의 보완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김종숙 한밭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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