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백배 즐기기'
대전 산성전통시장은 금산, 계룡과 인접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자랑한다. 상인들이 직접 가져와 팔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높다. 소규모 전통시장이기에 상인들의 인자한 미소는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주고받는 대화 속에 녹아드는 정겨움은 다시금 찾고 싶게 만든다. 고소한 떡 냄새와 싱그러운 과일, 금방이라도 밭에서 나온듯한 채소가 소비자를 맞이한다. 역민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아기자기함이 스며 있어 시장을 찾기 좋다. 이에 산성전통시장 곳곳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작지만 정은 '한가득'=산성전통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상인들의 정이 넘쳐난다. “과일 싱싱해요?”라고 묻는 소비자에게 상인들은 “먹어보면 안다”고 너스레를 떤다. 토마토가 제철인 요즘 봉지에 토마토를 몇 개 더 넣는 모습은 대형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친숙함이다. 시장이 작다 보니 조금만 시장을 둘러봐도 상인들이 소비자의 얼굴을 기억한다. 이 때문에 한 번 방문한 소비자는 상인의 친숙함에 매료돼 또다시 시장을 방문하게 된다. 항상 미소를 머금는 상인들이 있어 산성전통시장은 작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싱싱함으로 무장한 '과일'=금산과 계룡이 인접해 있다 보니 산성전통시장의 과일은 싱싱함으로 가득하다. 무더운 여름 하면 떠오르는 수박은 놀라운 크기와 색감을 자태를 뽐낸다. 소비자에게 선택받고자 일렬로 늘어선 수박을 2~3번 두드려보면 속이 꽉 찬 게 느껴질 정도다. 일에 찌든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가 냉장고 안에 수박을 한 입 베어 무는 달콤한 상상의 마지막인 맛을 책임져준다. 제철을 맞은 방울토마토와 자두도 싱그럽기 그지없다. 산성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부 김 모(46) 씨는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신선한 과일을 만날 수 있어 종종 들린다”며 “아기자기한 시장이라 더욱 정이 간다”고 말했다.
▲20년 전통의 '떡집'=영양떡, 꿀떡, 인절미 등 다양한 떡은 산성전통시장의 매력 중 하나다. 곱게 포장된 떡을 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입에 넣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가격도 저렴하다. 3000원 미만에 판매되는 이 시장의 떡은 고소함과 달콤함, 20년 넘은 떡 장인의 손맛까지 곁들여져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산성전통시장에서 22년간 떡집을 운영한 임성복(56) 씨는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가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며 “장사는 잘 안 돼지만 오래 유지한 만큼 오래도록 장사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반찬거리 고민은 이제 '그만'=겉절이부터 깻잎 장아찌, 열무김치, 멸치볶음 등 다양한 가짓수에 입이 벌어진다. 말끔히 포장된 반찬을 집어 집에 가져가 그릇에 담기만 하면 저녁 반찬으로 제격이다. 반찬 만들기 싫은 날 2~3가지 반찬을 골라 간다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고르는 재미가, 입에선 밥알과 섞이며 즐거운 춤을 춘다. 베테랑 주부의 손맛이 밑반찬에 그대로 담겨 또 구매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금방 수확한 듯한 '채소'=파, 무, 쪽파, 배추 등 신선한 채소들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자 줄 서 대기한다. 대전 도매시장에서 채소들을 가져와 굳이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과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까지 걸음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또 금산, 계룡과 가까워 직접 재배한 신선한 채소들을 산성전통시장에서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어 중간 유통마진이 없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과 신선함까지 덤으로 가져갈 수 있다. 주부 최 모(51) 씨는 “저녁 반찬을 만들기 위해 산성전통시장을 방문하면 신선한 채소를 꼭 구매한다”며 “인근에 마트가 많지만 상인들의 정이 좋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시설현대화 사업으로 소비자 편익 '도모'=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설현대화사업으로 국비 19억 원이 지원된 산성전통시장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려고 노력 중이다. 주차장 개설로 시장을 찾은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쾌적한 화장실도 으뜸이다. 시장 상인들에게 친절교육과 공동마케팅 등을 진행하며 신규고객 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여름철 비를 막아주고 겨울엔 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줄 아케이드 공사가 돼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 중 절반만 돼 있어 나머지 구간 아케이드 공사는 숙제로 남아있다.
최승필 산성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우리 전통시장은 금산, 계룡과 인접해 있어 과일과 채소를 바로 가져올 수 있어 신선함이 시장 곳곳에 배어 있다”며 “한 번 찾은 소비자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시장상인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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