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활동 위주 아카이브로 실태조차 몰라
지역 예술인의 흔적이 지자체를 비롯한 문화재단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고 정훈 시인의 자택은 최근 한 요양병원에서 매입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며 인근에 자리한 고 심향 박승무 화백의 자택은 개조돼 거주용으로 쓰이고 있다. (본보 21일 자 8면 보도)
두 곳 모두 지역 근대 예술에 일조한 예술인의 흔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는 곳이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구 대흥동 49-25번지에 위치한 심향 선생의 자택은 선생이 1980년 타계하기 전까지 23년간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펼친 곳이다. 지난 2004년부터 지역 미술계에서 ‘심향선양위원회’를 발족해 추모 전시회와 평전 발간 등의 활동을 잇고 있을 만큼 문화적 가치가 있지만 중구청은 별다른 활동이 없다. 앞서 자택을 매입해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예산과 주변 환경 등을 이유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대흥동 50-7번지 정훈 시인의 자택 역시 제대로 된 관리 없이 모습을 보존하고 있었다. 1930년대 근대 건축물 양식으로 정훈 시인이 평생을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해온 곳으로 지역 문인들이 모여 정훈 시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친목을 나누기도 했다. 최근 이곳이 병원에 의해 매입될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문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지역 예술인으로부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존ㆍ활용 방안이 부재한 실정이다.
대전문화재단은 ‘대전문화아카이브’를 통해 지역 예술인과 자료의 기본 정보와 연혁 등을 수집하고 있지만 기초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사업이 문화예술인 지원사업과 축제에 집중돼 있는 부분이 있다”며 “예술을 바탕으로 한 문화유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엔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아직까지 활용이나 지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라며 “시 차원에서 큰 계획을 그려야 구에서도 추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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