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감지기, 소화기로 큰 피해 막을 수 있는 만큼 설치 동참해야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나겠어요?”
위험한 생각이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동안 불이 가장 많이 난 곳은 주택이다. 화재로 숨진 사람이 가장 많은 곳도 주택이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2013~2015년) 동안 4만2500건(사망 295명)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중 주택에서 1만543건의 불이 났으며, 이 불로 177명이 숨졌다.
지난 3월 25일 서구 한 다가구 주택에서 불이 나 거주자 A(64)씨가 사망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서구 한 단독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로 안에 있던 B(88·여)씨가 숨지기도 했다. 화재원인은 모두 ‘부주의’였다.
주택에서 인명피해가 많은 이유는 뭘까. 대부분 화재가 심야시간에 발생하는데다 화재를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 유독가스 흡입으로 숨지기 때문이다.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기가 없어 숨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소방시설법’을 개정했다. 내년 2월 5일까지 단독·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불이 났을 때 이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장치다. 열기 또는 연기로 화재를 감지하면 음향장치가 작동해 경보음을 울린다.
소화기는 말 그대로 냉각 또는 공기차단 등의 효과를 이용해 불을 끄는 기구로, 화재 초기 소방차 1대의 효과를 발휘한다. 소화기는 2만원, 단독 경보형 감지기는 1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전지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여전히 저조하다. 지난해 기준 대전 내 일반주택 27만4054가구 가운데 5만1810가구만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했다. 의무설치 기한이 8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설치율이 19%에 불과한 셈이다.
구별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대상은 서구가 7만7667가구로 가장 많고 동구(5만3331가구), 중구(4만5637가구), 유성구(3만6941가구), 대덕구(3만5606각) 순이다.
소화기와 단독 경보형 감지기로 생명을 구한 사례는 많다.
2014년 10월 유성구 한 단독주택 창고에서 불이 나자 이웃 주민 C(67)씨가 이를 발견, 소화기로 불을 초기 진압했다. 지난 3월 27일 전북 군산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집에 있던 노인 D씨는 감지기 경보음을 듣고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 기초소방시설 덕분에 신속한 초기진화와 대피가 이뤄져 큰 피해를 막은 것이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소방시설법 뿐만 아니라 본인과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동참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소화기와 화재 감지기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우리 집은 그럴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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