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청주 흥덕)이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지역 간 대결로 비화되는 모양새인 탓에서다.
20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 등 수도권 의원 10명은 최근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법률안을 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의 이전·정비를 통해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비롯된 제도다.
그러나 송 의원 등은 낡은 규제이자 국가 전체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완화도 아닌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인천 부평갑)도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 의원이 발의할 개정안에는 수도권 지역내 공장이나 대학 신설 등을 제한하고 있는 현행법의 적용을 3년간 유예하는 동시에 농어촌 지역 등을 수도권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규제 완화를 위한 정비계획법 완화 시도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다.
문제는 국회내 수도권 의석수가 122석으로 늘어남에 따라 지난 19대에서 지방의원들의 거센 반대에 좌초됐던 것과 달리 여야를 막론한 수도권 의원들의 표결 강행시 수도권 규제 완화 추진 시도를 저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민주 조정식 의원이 지역구가 경기도 시흥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지역 의원들은 제도적 대응에 돌입한 상태다.
도종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도 의원의 개정안은 지방대학의 무분별한 수도권 이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며, 새누리당 정우택(청주 상당)·박덕흠(보은·영동·옥천·괴산)·홍문표(홍성·예산)·더민주 박병석(대전 서갑)·양승조(천안병)·박완주(천안을) 등 충청권 10여명을 비롯해 30여명이 힘을 보탰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도모하려는 수도권을 상대로 숫적 열세를 극복해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를 위시해 세종, 충남·북, 경북, 강원, 전북 등 7개 광역시·도가 21일 중부권 정책협의회를 만들어 상생적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공동 현안을 위한 자리인 만큼, 수도권의 수도권 규제 완화 시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비수도권 14개 광역단체장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난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헌법적 가치와 국가 의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법률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국가 전체 인구의 49.3%, 경제활동인구의 50.4%가 집중돼 있는 등 수도권 과밀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구와 산업의 이전 및 정비를 통해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역설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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