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집 근처 어린이 공원을 찾은 대전에 사는 박모(37·여)씨는 불쾌감만 쌓인 채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어린이 공원’에 정작 어린이를 위한 배려가 없고, 주변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악취가 진동을 했기 때문.
대전지역 어린이공원이 어린이공원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된 채 불량청소년의 아지트로 전락,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9일 대전 자치구에 따르면 자치구들이 관리하는 소규모 어린이공원은 모두 200곳에 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공원은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거나 불법 주정차와 불법 건축물, 생활쓰레기와 폐자재 등의 불법투기 온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일부 공원은 인근 노숙자들도 공원 내 시설을 이용해 노숙을 하는 등 주민들의 사랑방이 돼야 할 공원이 오히려 주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대흥 어린이공원의 경우 1962년 5월 처음으로 어린이공원으로 용도가 지정돼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50여년이 이상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 인근 상권이 발달하면서 어린이공원의 이용률이 현저히 낮아져 공원의 본래 기능은 상실한 상태다.
이처럼 어린이들의 안전한 놀이공간이 각종 악취, 쓰레기 더미와 이곳을 차지한 어른들로부터 밀려 갈 곳을 잃고 있다.
주민 이모(47)씨는 “노숙자가 공원에 머물며, 술을 마시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종종 있어 혹시나 해코지를 할까 자녀들에게 어린이공원을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구들 역시 이 같은 유명무실해진 어린이공원의 활용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열악한 어린이공원이 현대시설에 맞게 청소년들의 문화공간 등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원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용도변경도 필요한데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라 공원의 용도를 변경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어린이공원이 필수적이어서 용도변경을 통한 현실적 활용방안 모색도 여의치 않다.
중구 관계자는 “현대시설에 맞게 인근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리모델링해야 하지만,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손을 못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린이공원의 경우 어린이가 없어 어린이공원 기능은 상실됐지만 공원기능은 필요하다는 점에서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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