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국내 과학기술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세계 수준의 다양한 성과를 창출해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출연연의 성과가 곧 국민의 생활·경제·사회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못해온게 사실이다.과학기술은 그만큼 일반국민에게 있어 그저 어렵고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른 즈음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국정 핵심과제로 내세우면서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공공기술 사업화'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복잡하게만 느껴지던 출연연의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되고, 특허를 창출하고, 창업의 아이템이 되는 등 지난 3년간 창조경제가 국민곁으로 파고드는 과정을 확인했다.
국가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제를 이끈다는 것도 알게 됐다.'창조경제'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국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이 든든히 버티고 있는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기관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하 연구회)다. 연구회 성과를 중심으로 창조경제의 결실을 조명해 본다.
▲출연연의 기술 이전과 특허 활용이 국가 경제 살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가 통합돼 2014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출범했다. 연구회 출범 이후 산업기술연구회의 '출연연 공동 TLO 운영사업' 체계를 기반으로 TLO 지원사업을 통합했다.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는 기술이전 전담조직이다. 또 기초기술연구회에서 운영해 온 '상용화 기술개발 지원사업'도 연구회 소관 25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기존 예산 배분형 지원방식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선택과 집중'형태로 사업을 개편했다. 이와 함께 연구회는 기업수요 기반의 공동마케팅 기능을 높이고자 기업수요기술에 대한 분석을 시행해 기술매칭률을 높였다. 패키징 기술도 활용해 서로 다른 연구성과 간 시너지를 이끌었다.
공동기술마케팅을 통한 융합형 기술이전ㆍ사업화 성공사례는 작년 말 기준 총 141건이다.
연구회는 출연연에서 생성된 공공기술의 특허 활용을 높이고자 '출연연 특허활용 제고 방안'을 마련했다. 미활용 특허가 근원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방법에 집중했다. 연구회는 특허 활용 방식을 다각화하고 지식재산(IP)경영 역량 강화의 3대 추진전략과 22개 세부 실행과제를 도출했다.
이는 모두 현재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작년 말 기준 출연연 특허활용률은 34.7%로 전년보다 3.7% 증가했으며, 장기 미활용특허 비율은 11.3%로 낮아졌다.
▲출연연과 중소기업이 함께 혁신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처럼 출연연은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연구회는 출연연의 혁신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소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연구회는 이같은 협력체계속에 40개 중소기업에 기술멘토링을 제공하고, 수요기반 R&D 기획 10개 과제(2014년12월~2015년6월)를 수행했다. 이후 연구회는 기술멘토링 후속 R&D 지원사업(2015년9월~2015년12월)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
또 패밀리기업을 글로벌유망기업으로 육성하는 계획도 세웠다.
패밀리기업은 출연연이 성장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을 선정해 보유한 R&D 인프라 지원을 약속한 기업으로, 작년 말 기준 패밀리기업 수는 4673개다. 패밀리기업에는 R&D 역량강화 교육을 시행했다.
작년에는 총 36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471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작년 5월부터는 글로벌 시장지향형 R&D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된 기업은 신도하이텍, 이레텍, 다우인큐브, 메카로, 오토젠 등 총 5곳이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 현장에서 애로기술을 해결하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고자 인력 326명(정규직 118명, 기업지원연구직 208명)을 파견했다.
연구회는 중소기업지원 비중을 날로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7.7%에 그쳤던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비 비중이 올해 16.2%로 확대됐다.
▲출연연간 융합연구를 통해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 바꿔.
창조경제가 기존 경제 패러다임 전환이라면 연구회가 선택한 융합연구는 기존 연구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으로 융합연구는 결과적으로 창조경제와 궤를 같이한다.
연구회는 융합연구단·융합클러스터 등 출연연의 융합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연구회는 융합연구를 통해 민간부분에서 하기 어려운 미래 먹거리 창출 등 국가·사회·산업 현안을 해결하고 대형 성과 창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융합연구는 산학연 연구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관련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종료 후에는 본래 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형태인 일몰형(On-Site) 연구다.
융합연구단은 국내 처음 도입된 연구 형태로 기존 수직적인 공동연구 형태의 낡은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꾼 획기적인 형태다. 2014년 2개 연구단에서 작년 총 9개가 출범해 융합연구를 시작했다. 올해는 4개 연구단이 추가로 출범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융합연구단은 미래선도형 5개, 실용화형 4개다.
융합연구단은 출범 2년이라는 짧은 시간임에도 최초 출범 주자인 UGS 융합연구단과 CCP 융합연구단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실용화형 UGS 융합연구단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도시 내 지하매설물을 모니터링·관리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자 선정됐다.
UGS 융합연구단은 지난 3월 지하매설물에 대한 정보 전송 능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맨홀 매립형 안테나' 기술을 개발해 ㈜누리텔레콤에 기술이전(착수기술료 1억원)을 했다.
미래선도형인 CCP 융합연구단은 현재 '촉매 연속생산기술'을 개발중이다.
기술이 개발되면 국내에서 촉매를 생산하고 세계시장에 촉매를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밖에 지난해 출범한 7개 융합연구단은 현재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융합연구 환경을 구축, 인력파견·제도정비 등 On-Site 결집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처럼 융합연구단의 모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연구회 소관 출연연을 넘어 국내 R&D 전반에 융합연구 패러다임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성과 내려고 연구기관 체질 전환.
연구회는 출연연 민간수탁을 장려해 산업기술중심기관을 대상으로 수탁 실적에 따라 출연금을 배분한다. 이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성과를 창출하고자 연구기관 체질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작년 5월 발표한 '정부 R&D 혁신안' 실행방안에 따라 산업기술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등 6곳을 중심으로 연구회는 산업계 밀착형 R&D를 추진했다. 이어 연구회는 작년 말 '민간수탁 활성화 지원사업'을 신설해 민간수탁 실적과 출연금을 연계한 예산 확보를 시행, 올해 264억원을 확보했다.
연구회는 또 체계적 운영을 위해 지난 1월 민간수탁의 범위, 실적산정 및 점검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제도도 신설했다.
▲연구자 중심 연구문화=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스스로 공통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실행하는 혁신을 이루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연구자 중심의 연구문화'이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연구자 행정부담을 줄이고자 출연연 25곳이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업무에 대한 실행방안을 마련했다.
연구회의 출연연 행정효율화 추진방안 기획에 따르면 연구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독립형·개방형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행정효율화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개선해야 할 어젠다를 조사해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아젠다 22개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고자 실무 전문가 중심의 실행지원단을 구성했다. 또 전략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대표 어젠다도 6개 정도 선정했다.
연구회는 행정뿐만 아니라 인프라 측면에서도 혁신을 외쳤다. R&D 효율화와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연구회가 출연연의 연구시설과 장비 공동활용 기반 확대한 결과, 출연연 간 장비 공동활용 허용률이 작년 78.4%(1436점)로 전년 47.3%(2960점) 대비 31.1% 증가했다.
활용하지 않는 연구 장비도 정비를 통해 그 활용성을 높였다. 작년 4월 출연연 내 사용하지 않던 장비 수는 501점에 달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5월에는 219점, 8월에는 85점으로 그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연구회는 이를 위해 출연연 연구시설·장비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로드맵 작성을 진행했다.
최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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