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택 대전시장의 대법원 공개변론이 열린 16일 대전시의회 로비에서 한 시민이 TV를 통해 실시간 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정치학적 입장에서 국내 선거법 자체의 개선의 필요성과 권선택 대전시장이 설립한 포럼은 사전 선거 운동이었다는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선거운동기구와 유사한 단체를 설립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권선택 대전시장의 상고심 공개변론을 개최했다.
지난 2012년 11월 권 시장은 6ㆍ4 지방선거 1년 8개월 전에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설립하고 전통시장 방문과 지역기업체 탐방, 시민토론회 등의 행사를 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1ㆍ2심에서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당선 무효형을 받은 상태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이 선거법상 금지된 선거운동기구 ‘유사기관’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권 시장 변호인인 노영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역 포럼활동은 모든 정치인이 행한 전형적인 사회활동으로 19대 국회의원 294명 중 71%가 사단법인 활동을 해왔다”며 “포럼이 조직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규모가 아니었고, 포럼 자금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회비로 내는 등 다른 정치인의 싱크탱크나 연구소 등과 기능이 동일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 측은 “외국의 경우 유사기관 설치를 금지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치인이 인지도와 우호적인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활동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문제의 포럼이 일반적인 지역 포럼과는 달리 선거운동기구 ‘유사기관’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민표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장)은 “선거운동기구 유사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체의 설립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며 “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고 사용하도록 하고, 경제투어 명목으로 3개월 동안 77개 전체 행정동의 시민을 만나 인사하는 행위는 일반적인 포럼에서는 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유사기관을 통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의 타당성을 놓고 참고인으로 나온 정치학자와 헌법학자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행 규제 중심의 선거법이 시민의 정치 참여와 대의민주주의 작동에 장애를 주고 있고 유권자와 후보자간 자유로운 접촉과 소통을 저해한다”며 “대통령 후보자들도 과거에 이와 비슷한 형태의 포럼을 만들어 활동했는데 지자체 후보자들에게는 더욱 지역 주민과 접촉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역의원은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활동이 가능하지만 정치 초년병들은 상설 기구설치와 모임 자체도 어렵다. 현직의원의 의정보고는 개인업적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도전자의 경우 엄격하게 선거운동 방식과 기간이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진입장벽”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법학자의 대응은 달랐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기간 제한이 없는 선거운동은 경쟁을 가열시키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며 “유사기관을 통한 사전 선거운동은 많은 자금이 필요해 기회균등 차원에서라도 규제가 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의 공직선거법은 69번의 개정법률이고 깨끗하고 돈안드는 선거, 선거부정 방지를 위해 수십차례 개정하며 자리를 잡아왔다”며 “조직 구성은 필연적으로 돈이 들어가고 나라마다 비용에 대한 규제방식을 지켜왔다. 20대 총선에서만 선거사범이 2221명으로 이전 선거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보면 교묘한 선거법 위반이 대폭 증가한 만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 이후 추후 판결 선고 기일을 결정해 통보키로 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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