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여기에 '과학'과 '기술'이 더해졌다. 이를 표현하는 무대 영상과 조명, 음악은 종합예술로서의 무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지난 10~1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대전시립무용단의 제60회 정기공연 '아리랑 田'은 소설가의 말을 방증하는 자리였다. 김효분 예술감독의 새 작품 '아리랑 田'은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恨)'과 대전이란 도시가 가진 대표 수식어 '과학'을 한 무대 위에서 표현해냈다.
이날 공연은 1장 '모세혈관'으로 시작했다. 붉은 옷을 입은 무용수 한 명이 무대 위 놓인 붉은 천 위를 천천히 거닐며 관객을 집중시킨다. 같은 의상의 무용수 한 명이 더 올라와 하나처럼 때론 대비를 이뤄 씨줄과 날줄로 얽힌 몸짓을 토해냈다. 끈끈한 피와 생명으로 의식을 이끌어간다. 누워 있던 무용수들이 서서히 일어나 무리로 편입되고 강인한 생명력을 분출한다. 부드럽지만 힘이 있는 동작들은 손끝과 발끝에서 특히 돋보였다.
2장 '등걸'에서는 전 장의 붉은색은 사라지고 두 명의 남녀 무용수가 세월의 흔적을 그려가는 몸짓을 선보였다.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춰가며 리프팅 동작을 완성했다. 이어진 3장에선 밝은 느낌으로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의 의상을 입은 단원들이 하나의 몸짓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가벼운 몸짓은 흥겨움은 마구 발산했다.
4장 '네트워크'부터는 앞 장에서 볼 수 없던 무대 장치들이 투입된다. 田(전)을 형상화한 네모난 프로젝션 맵핑이 5장에 걸쳐 무대 뒤편을 채운다. 대전의 상징인 '과학'을 무대 위에서 장치로 표현해냈다. 무대 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선 단원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핀조명 아래서 펼치는 느리면서 절도 있는 춤사위는 개인의 고립과 소외를 나타냈다.
마지막 5장 '아리랑,田'에선 이 모든 게 함께한다. 민요 '아리랑'이 흘러나오면서 무대 앞에 한 줄로 선을 만들어낸다. 각기 다른 자세로 하나의 선을 잇고 있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민족의 한과 현대인의 삶을 함께 그려낸 듯했다. 마침내 두 눈을 손으로 가린 무용수의 손을 내려주며 감동과 함께 막을 내렸다.
임효인 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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