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법정스님이 전하는 고요함 속 자신과 소통하는 법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법정스님이 전하는 고요함 속 자신과 소통하는 법

'버리고 떠나기' 법정, 샘터, 2001

  • 승인 2016-06-16 14:48
  • 신문게재 2016-06-17 12면
  • 김상숙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김상숙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김상숙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
▲ 김상숙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 법정 스님의 '버리고 떠나기' 中

한꺼번에 읽어도 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아껴놓은 차를 타마시듯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 법정스님이 쓰신 '버리고 떠나기'는 후자에 속하는 말하듯이 풀어 쓴 주옥같은 산문집이다.

▲ '버리고 떠나기' 법정, 샘터, 2001
▲ '버리고 떠나기' 법정, 샘터, 2001
성직자와 신앙인을 비롯해 종교가 없는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가장 광범위하게 읽히는 책은 법정스님의 수상집과 경전번역집들이다. 1973년 '영혼의 모음'을 첫 출판한 이래 20권가량의 저서와 역서를 낸 법정 스님의 책들은 '서있는 사람들', '무소유', '말과 침묵' 등 수없이 많다.

'버리고 떠나기'는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1992년에 출판됐다. 스님이 홀연히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오두막에 홀로 기거하시기 시작한 때이다. 이 책에는 눈을 뜰 때마다 새롭게 다가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비롯해 명예와 편안함을 버리고 혼자서 살아가는 구도자의 청빈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시종일관 욕심을 버리고 떠나라는 가르침과 사람은 혼자일 때 자기 내면의 목소리와 진실되게 만날 수 있다는 스님의 참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강원도 오두막에서 나무, 새, 바람, 달, 들짐승을 벗 삼아 사는 구도자의 속 깊은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스님의 생애를 잠시 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외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책 읽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던 청년은 1954년 겨울 어느 눈 내리던 날 홀연히 집을 나서 머리를 깎고 출가(出家)했다. 사랑하는 이들과 세속적 욕망을 버리는 대신 그는 진리의 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글 잘 쓰고 의식 있는 40대 초반의 촉망받는 스님은 “시국 비판이나 하며 글재주만 부리다가는 중노릇 제대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전남 순천 조계산 자락 불일암(佛日庵)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한 칸 암자에서 혼자 밥 짓고 밭을 매며 17년을 지내면서 '무소유', '산방한담(山房閑談)', '텅 빈 충만' 등 10여 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승속(僧俗)의 명예를 과감히 떨쳐 버린 덕분에 사색의 자유와 자연과의 교감을 얻게 된 것이다. 스님이 강원도 산골,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오두막으로 다시 거처를 옮겨 지냈을 때 이런저런 인연으로 산중 암자에 방문객이 늘어나고 글 빚도 지게 되면서 수행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되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셨다. 지인들은 물론 몇 안 되는 상좌조차 스님의 거처를 몰랐을 정도로 스님은 깊은 산중에 홀로 은거하시며, 자신만의 수행 공간과 절대 고독의 희열을 얻게 된 것이다.

이 책 '버리고 떠나기'는 강원도 두메산골로 터를 옮겨 그곳에서의 생활과 사색을 담은 스님의 수필집이다.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고 오히려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라는 글을 포함해 63편을 가까운 친지에게 편지를 쓰듯 솔직담백하게 풀어냈다. 미련 없이 자신을 떨치고 때가 되면 푸르게 잎을 틔우는 나무를 보라! 찌들고 퇴색해 가는 삶에서 뛰쳐나오려면 그런 결단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법정스님은 이렇게 고요함에서 나를 치료하고 나를 상쇄시키는 비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별밤을 가까이하라, 한낮에 닮아지고 상처받은 우리들의 심성을 별밤은 부드러운 눈짓으로 다스려줄 것이다” 정말로 이 문장에서 밤의 고요함과 그 고요함 속에 은은히 나타내주고 있는 달을 생각할 때 이 문장 자체에서 어떤 고요함과 고독의 힘이 넘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 감동적이다.

이 시대에 힐링을 말하는 것에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명상이다. 스님은 너무나도쉽게 우리가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자신의 신체적인 동작이나 언어습관 그리고 내면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낱낱이 살피고 있을 때 마음은 저절로 안정을 이룬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투명해지는 것이 곧 명상의 세계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비로소 내면을 차분히 다스리는 명상법을 배웠으며, 진정한 사유의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김상숙 송촌평생학습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