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리전통시장은 3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기본이고, 방금 바다에서 나온 것 같은 싱싱한 생선이 소비자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213개의 점포에서 600여 명의 상인이 동고동락하는 중리전통시장은 친절함과 인심으로 승부한다. 대형마트 부럽지 않은 깔끔함은 젊은이들의 발길을 이끌었고, 상인들의 푸근함은 주부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이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중리전통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중리전통시장의 명물 '즉석 두부'=중리전통시장을 거닐다 보면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국내산 콩으로 만든 두부를 직접 만들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수입한 콩으로 만든 두부는 수입 두부라고 적어놔 정직함이 묻어난다. 여름철엔 냉콩국수를 판매한다.
여름철 별미인 냉콩국수는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국수를 한 젓가락 입으로 빨아들이고서 시원한 국물을 먹고 있노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친절한 상인의 손님맞이는 시장을 방문한 이를 다시 찾아오게 한다. 주부 김 모(52) 씨는 “완제품으로 담겨 나오는 두부보다 중리전통시장에서 맛보는 두부가 더 고소하다”며 “두부가 필요할 땐 종종 이곳에 들러 두부를 산다”고 미소 지었다.
▲생선과 과일, 싱싱함으로 '무장'=성인 머리보다 큰 수박이 때깔 좋은 모습으로 주인을 기다린다. 살구, 자두, 키위, 참외 등 웬만한 과일은 다 있다. “500원만 빼줘요”라고 묻는 한 주부의 말에 상인은 “원래 안 되는데. 이번만 깎아줄게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큰 금액을 할인해주는 건 아니지만 대형마트와는 다른 사람냄새 나는 이 모습이 전통시장의 매력이다. 과일을 많이 사면 정량보다 더 많이 얹어준다. 상인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는 소비자를 보고 있으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같다.
제철을 맞은 오동통한 고등어부터 은빛 신사 갈치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얼음 위에 진열된 생선을 바라보고 있자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다.
▲군침 돌게 하는 '먹을거리'=장을 보느라 지친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다름 아닌 간식거리다. 중리전통시장은 꽈배기와 찹쌀 도넛, 감자 크로켓, 족발, 떡볶이, 순대 등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다양한 음식이 즐비하다. 종류별로 진열된 빵 종류를 보고 있으면 절로 손이 간다. 시루떡을 찌는 떡집을 지나가면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입맛을 저격한 쿠키와 빵을 판매하는 제과점은 일반 프랜차이즈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료된다. 요리가 서툰 이를 위한 반찬가게는 젊은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 된 주부 임 모(28) 씨는 “신랑이 오징어 젓갈을 좋아해 떨어질 때마다 중리전통시장에서 반찬을 구매하러 온다. 부침개도 집에서 먹던 맛이라 선호한다”고 말하며 시장을 빠져나갔다.
점심때가 가까워져 올 수록 시장은 바빠진다. 영양탕과 삼계탕 파는 가게는 이 시장에서 으뜸가는 식당으로 정평이 나있다.
▲아이들의 전통시장 체험에도 '따봉'=“난 장바구니에 두 개나 담았어. 시장에서 장을 보니깐 엄마가 된 것 같아” 중리동 파랑새 유치원 원생들은 선생님의 인솔 아래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본다. 전통시장 체험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체험행사는 1년에 한 번씩 이뤄진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건을 하나둘씩 집어 계산을 마치고 장바구니에 상품을 넣으며 전통시장을 체험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시장 상인들도 손자를 보듯 장밋빛 미소를 지었고, 아이들도 이런 상인들의 모습이 친숙한지 미소를 띠었다.
아이들은 두부 가게에 들러 물건을 하나 둘 집은 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파랑새유치원의 한 선생님은 “자주는 못하지만,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주고자 1년에 한 번씩 아이들과 전통시장 체험을 한다”며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시장을 찾아 아이들이 즐거워 한다”고 미소 지었다.
▲시설현대화 계획 '으뜸'=중리전통시장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로부터 국비 50억 원을 지원받아 비와 눈을 막아줄 아케이드 공사 등 시설현대화 작업을 착착 진행했다. 그 결과 인근 아파트와 주택에 사는 지역민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 됐으며,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중리전통시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위한 계획을 계획 중이다. 여름과 겨울,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 2017년까지 시장의 냉난방시설을 구축하려 노력 중이다. 또 주부들이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공영주차장을 확충할 계획이다. 북문주차장과 남문주차장, 중원초 벽면 등 90여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소비자의 이목을 사로잡고자 대형주차장 조성사업을 계획 중이며, 2018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이다. 이어 2019년까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조성해 전기료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볼 예정이다.
이창선 중리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 못지않은 깔끔함을 주고 싶다”며 “저렴하고 신선한 상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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