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안희정<사진> 충남지사가 내년 대권 행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다고 공언한 뒤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운 듯 불펜 투수론으로 선회했으나, 야권내 차기 대권 주자 중 하나로 거명될 정도로 입지가 커진 안 지사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같은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으로 분류되는 문재인 전 대표와의 관계가 안 지사의 발걸음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와신상담(臥薪嘗膽)하고 있는 문 전 대표이기에 안 지사에게 기회를 쉽사리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안 지사가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경쟁국면이 만들어질 경우) 문재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고심의 일면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지난 14일 본보와 (사)공공행정연구원이 초청한 미래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도 내년 대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지만, 선거에 필요한 준비가 아직 미흡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찬스가 오면 직접 슛을 때릴 것이냐라는 청강생의 물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맘의 확신으로, 확신이 서면 한다”고 대선에 마음이 가 있음은 인정했다.
다만, 그는 기도문에 빚대어 리더십 등 대선 출마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마련·작성 중에 있지 완성된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기도문이 됐다고 읽을 수 있느냐, 그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형편을 보고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당내 역학구도 및 시기적절성 등의 상황적인 뒷받침도 출마 요건으로 꼽았다.
자신 의지만으로 출마했다가는 목표 달성은 커녕,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철저한 자기 준비와 더불어 시기를 포함한 다른 외부적 요소가 맞아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반 총장이 잘 하셔서 많은 사랑을 받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선거와 두차례 제 선거를 치뤘지만 (상대가 안나온다거나 공격한다고) 내 표로 올까 생각해봤다”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선거는 누구랑 경쟁해야하는데, 경쟁을 적자생존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탓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안 지사는 “(지금의) 경쟁이라는 것은 니가 죽고 내가 사는 개념이 아니라 무엇이 최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 때문에 반 총장이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저는 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반 총장이 여권 후보로서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걷겠단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안 지사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개헌 문제에 대해 “조항을 몇개 바꾼다고 될 문제가 아닌 만큼, 정권을 뛰어넘어 20년짜리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며 “여야, 다음 도전자 등이 유불리를 가지고 논의하면 졸속공사하게된다”고 장기적인 안목 차원에서의 접근을 당부했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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