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병원내 MRI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협상 제의를 받았다.
A원장은 다른 병원에서 병상을 빌려주는 대신 엠블란스 차량을 구입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는 병상을 소규모 의원들이 큰 댓가 없이 빌려주는 경우가 상당수였는데 언젠가부터 전문병원들이 많이 생기면서 특수의료장비 설치 병원이 급격히 늘어나 부족한 병상수를 채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난립하는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막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CT(전산화단층촬영장치) 등을 설치할 경우 병의원이 200병상을 확보하도록 한 규제가 또 다른 불탈법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는 특수 의료장비 설치를 위해서는 병원 자체에서 200병상을 갖추도록 하고 200병상을 갖추지 못할 경우 특수의료장비가 없는 병의원에서 공동활용 병상 이용 동의서를 받아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경우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일반병원에서 200병상을 갖추기는 사실상 어렵다. 전문질환 병원들 입장에서는 특수 의료장비가 수술과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만큼 반드시 필요한 장비이기도 하다.
문제는 특수의료장비 설치를 위한 공동활용병상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병상이 돈을 주고 받으며 거래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200병상을 갖춰야 장비를 운영할 수 있는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지역의 병상 1개당 10만~15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
200병상을 채워야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병상 거래 금액을 지불하고라도 확보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얼마전 지역 B병원의 경우 지역에서 병상을 구할수 없자 자체적으로 200병상을 만들어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는 사례도 있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특수 의료장비 설치 기준에 대한 회의론도 큰 편이다.
지킬 수 없는 규정을 만들어놓고 또 다른 불법을 자행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는 의료기기 판매업자들이 직접 병상을 구입해 영업전략으로 사용하는 등 문제가 돼 왔다.
지역병원 관계자는 “특수의료장비로 정확한 진단을 해야 수술 등을 할 수 있는 필수장비인데 병상수로 이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난립을 막기 위한 다른 설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의료법 기준인만큼 전국적인 사안인 것 같다”며 “특수 의료장비 촬영이 고가의 비급여 진료이다 보니 함부로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정부차원에서도 다른 기준을 찾기 위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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