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전지역 한 버스전용차로. 시외버스기사 A씨(46)는 앞서가던 택시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수차례 상향등을 켰다. 택시가 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고 있느냐는 항의 표시였다.
이에 화가난 택시기사 B씨(52)는 뒤따르는 버스 앞에서 급제동을 반복하며 보복운전을 했다.
경찰은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를 상대로 보복운전을 한 B씨에 특수협박, 난폭운전으로 보복운전을 유발한 A씨에겐 도로교통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모두 입건했다.
도로위 '위험한 물건'인 차량으로 난폭·보복운전을 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이 2월15일부터 3월31일까지 46일간 난폭·보복운전 행위를 집중단속한 결과 3844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803명이 형사입건으로 이어졌다.
일평균 17명이 입건된 것으로 난폭운전 301건, 보복운전 502건에 달했다.
난폭운전 단속결과를 보면 위반유형은 진로변경 방법위반(42.8%), 중앙선 침범(20.2%), 신호위반(13.3%) 순이었다.
76%에 이르는 대다수가 사회적활동이 많은 20대에서 40대 운전자였고 약속시간 등 개인사정(42.1%)으로 난폭운전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해운전자 직업은 회사원(35.6%), 운수업(14.4%)순이었고 가해차종은 승용차(67.4%)가 가장 많았고 화물차·택시 등 사업용 자동차(19.6%)도 다소 높은 비율을 보였다.
그간 특정인에게 고의로 상해나 폭행, 협박 등을 가하는 보복운전 행위만 처벌했지만 올해부터는 불특정 다수에게 위협 또는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 위험을 야기하는 난폭운전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과속, 횡단·유턴·후진 금지위반, 진로변경 금지위반, 급제동, 앞지르기위반, 안전거리미확보 등 두가지 이상의 행위를 연달아 하거나 하나의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1년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단 한번의 행위로도 성립하는 보복운전은 형법(특수폭행·협박·손괴·상해)이 적용되고 특수상해에 대해선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범죄다.
보복운전의 주요원인은 급격한 진로변경(32.4%), 경적·상향등(22.6%), 끼어들기(18%), 서행운전(16.4%) 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63%에 달하는 30~40대 가해운전자들은 급제동·급감속, 밀어붙이기, 폭행·욕설 등의 보복에 나서 502명 중 2명은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난폭·보복운전의 배경에 빨리빨리문화, 양보는 곧 지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 다른 운전자의 실수를 사사로이 처벌하려는 정의로운 처단자의식이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한다.
박지선 숙명여대 교수(사회심리학과)는 “난폭·보복운전을 예방하기 위해선 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는 기본”이라며 “운전자 스스로도 다른 운전자를 통제하려 하지 말고 운전습관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만 인정해도 운전중 분노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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