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규 손해보험협회 중앙지역본부장 |
'Baby on Board' 스티커는 1984년 마이클 러너라는 미국 사업가가 처음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당시 32살의 러너는 미혼이었고 생후 18개월 된 조카를 집에 데려다주다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거나 바짝 뒤쫓아 오는 차량 때문에 이 스티커를 창안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럼 이 스티커를 붙이고 운전하면 실제로 도움이 될까? 이에 대한 직접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얼마 전 한 언론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이 앞서가고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운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배려운전을 해야겠다는 사람과 뒤따라오는 운전자의 주의력을 분산시켜 안전운전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사람의 비율이 반반 정도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발표한 올해 1분기 교통사고통계를 보자.
1~3월 전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5만4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457건과 거의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지난해 1055명에서 918명으로 12.9% 줄고 부상자는 7만6807명에서 7만4844명으로 2.6% 감소했다. 하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명에서 올해 26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중 차량에 탄 상태에서 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17명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소중한 아이를 위해 스티커를 붙여 다른 사람에게 배려와 양해를 구하는 방법도 좋지만 부모부터 안전운전을 습관화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부모의 좋은 습관보다 더 좋은 어린이 교육은 없다지 않는가 말이다. 스쿨존으로 표시가 된 구역을 지날 때는 차량속도를 30㎞로 줄이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아마도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의 신경질적인 경적소리에 어쩔 수 없이 속도를 초과해서 지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어린이는 위험 인지와 대처 능력이 부족한 만큼 안전한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6세미만의 어린이를 차량에 태울 때는 반드시 카시트를 사용토록 하고 '나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횡단보도 앞 정지선은 꼭 지켜야 한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학교 주변에서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불법 주·정차도 해선 안 된다.
어린이는 어른을 보고 따라한다. 어른들이 무심코 무단 횡단하는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 아이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붙여 놓고 과속과 난폭운전을 하는 차량도 많다. 그 스티커를 보고 양보나 배려 운전을 하는 선량한 운전자들에게 우롱당한 느낌마저 들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Baby on Board' 스티커는 유행이나 장식처럼 붙이는 게 아니라 본래 부착하게 된 의미와 함께 “아이가 타고 있어 서행하니 죄송합니다”라는 겸손하고 예방적인 차원의 사과의 의미로만 사용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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