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우 바이핸커피 대표 |
커피는 로스팅, 즉 볶는 과정을 거쳐야 향과 맛이 살아납니다. 커피 생두는 팔면체 형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피콩의 세포수는 놀랍게도 30만~40만개에 이릅니다. 커피콩을 볶는 과정에서 각각의 세포들로부터 1000여 가지의 아로마(향기)가 나타난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입니다.
커피는 로스팅 과정에서 어떤 성분은 없어지고 어떤 성분은 다른 성질을 띠는 것으로 변하는가 하면, 또한 다양한 조합을 거쳐 '나이아신(비타민B3)' 같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볶기를 마친 다음에야 커피는 마침내 우리가 즐기는 아로마와 맛을 가진 식품이 됩니다. 생두는 로스팅이 되면서, 무게는 18%정도 줄어들면서 부피는 50%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신선한 생두는 청록색을 띠고 있고, 로스팅하면 황색->옅은 갈색->짙은 갈색을 거쳐 나중에는 거의 검은 색에 가깝게 됩니다. 로스팅 과정 속에서 생두는 먼저 수분이 증발하고 부피가 줄어들면서 주름이 생기다가, 서서히 팽창을 시작해 주름이 펴집니다. 이 과정에서 무게는 줄어들고, 부피는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빵 굽은 냄새가 나기 시작하다가 탄소와 연기가 나오고, 그 양이 점차 많아집니다. 그 후 원두 표면에 오일이 생기면서, 비릿한 향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로스팅은 생두에 없는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할 수는 없지만, 생두 속에 잠들어 있던 온갖 아로마와 맛들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제대로 볶지 못한다면, 생두 속의 향미는 실현되지 못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생두의 향미와 풍미를 살리는 것, 이것이 로스터의 책임이고, 또한 이것은 마술 같은 묘미를 줍니다.
같은 사람이 볶아도 볶을 때마다 향미가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두 가지 커피는 없다.” 는 말도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커피를 기준으로 해서 다르게 볶은 커피들을 잘못 볶았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볶는 사람의 취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또 커피를 즐기는 사람의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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