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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
4·13 총선 결과는 새누리당 과반 이하의 참패였다. 동시에 2017년 대선을 바라보던 여권 잠룡들 오세훈, 김문수, 안대희씨 등이 자연스럽게 무대를 떠나게 됐다. 김무성 전 대표도 심한 상처를 입어 당분간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차기대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수, 특히 친박 진영이 자연스레 눈을 돌릴 쪽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이번 총선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친반연대', '친반통일당', '친반통합연대' 등 반 사무총장을 내세운 정당들이 나타났으나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렇다고 해서 반 사무총장에 대한 차기 대권 지지 여론이 약한 것은 아니다. 2016년 신년 조선일보와 미디어 리서치 조사 결과 반 사무총장은 문재인, 김무성을 10% 이상 앞섰다. 동아일보, 채널 A와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에서도 23.3%를 기록해 다른 대선주자들 보다 10% 정도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가 미국으로 간 6월 현재에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기간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항상 선두를 놓지 않고 있으니 돌부처라도 대권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기문 총장은 올해 12월 31일, 연임을 포함한 10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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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이다. 지금까지 영호남 패권에 눌려 숨죽이고 살아온 충청권으로선 반기문 총장 대선가도가 못내 반갑기도 하다. 충청도 출신 대통령이 영호남의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대권을 잡으려면 후보의 권력의지가 있어야 하고,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며, 시대정신에 맞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할 세력이 있어야 한다. DJ에게는 '동교동', YS에게는 '상도동', 노무현에게 '노사모'가 있었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은 운명을 같이할 국내세력이 미미하다. 따라서 그의 정치적 결핍을 메꾸면서 여권 특히 친박 진영에서 흘러나오는 반기문 마케팅에는 독(毒)이 있을 것 같다.
여권의 반기문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분권형 개헌 카드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도 크다. 개헌은 보수진영으로서는 외교·국방은 반기문, 내치는 범 (凡) 보수 혹은 친박을 대표하는 '진실한 마음'의 총리(수상)를 각각 앉히는 권력구도를 제공하고, 총선 후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아젠다를 선점하고, 야권 '국민의 당'과 '더민주당'를 교란시킬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전략일 수도 있다. 개헌이 되지 않더라고 권력분점을 통해 반 사무총장을 앞세우고 내치와 국내정치 권력은 계속 움켜쥘 수 있는 계책이기도 하다. 그의 행보와 관계없이 반기문 대권론에 부정적 의견도 많다. 반기문 총장의 별명은 '기름장어'다. 즉 권력의 풍향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자세가 그의 체질이라는 얘기다. 그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 보다 빛을 반사하는 '달(月)'로서 살아온 기간이 너무 길다. 그가 만일 대선 후보가 된다면 조직 기반 없이 '꽃가마'를 탄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만일 반 총장이 집권하더라도 그야말로 권력의 반(半)만 가진 반(潘) 대통령이 되기 쉽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대외용 대통령 따로 '진실한 마음' 친박 실세 따로 있는 박근혜 정부 연장선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안보, 경제, 사회의 급박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헌법이 해결해야 할 사회 양극화, 평화통일, 경제 민주화 난제들은 아직도 방치 되어 있다.
정치라는 낯선 '밀림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기에 1944년생인 반 총장의 나이도 너무 많다. 2018년 2월 취임한다면 만으로 73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24년 생으로 1998년 취임할 때의 만 나이는 74세, 이승만 대통령도 취임할 때 74세였다. 물론 지금이 백세인생 시대지만, 그가 4·13 총선에서 보여준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젊고 역동적으로 국정을 쇄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반 기문 사무총장은 퇴임 후 존경 받는 한국인으로 계속 남아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병호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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