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특별자치시청사. 연합뉴스 제공. |
전국적으로 경쟁 치열하지만, 제안서만 제출하고 기다리기만
떨어질까봐 유치 신청조차도 알리지 않을 정도
민ㆍ관ㆍ정 함께 유치운동 벌이는 타 지자체들과 대조적
세종시가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무관심할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
민ㆍ관ㆍ정이 똘똘 뭉쳐 저마다 최적지라고 고군분투하는 경쟁 도시들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현장 실사 때 현수막 정도만 걸겠다고 할 정도로, 유치에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시는 지난달 25일 한국문학관 유치를 위해 연기면 세종리 S1 생활권 국립박물관 2단계 부지 내 2만㎡ 면적을 건립 부지로 제시하는 건립신청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접수했다.
문체부 공모사업인 국립한국문학관은 오는 2019년까지 450억원(전액 국비)을 투입해 한국문학 관련 자료를 수집·복원·보존하고 연구·전시·교육 기능을 갖춘 기관이다.
유치 경쟁은 뜨겁다.
세종시를 비롯해 서울 은평구와 동작구, 부산 강서구, 인천 서구, 대구 달서구, 광주 광산구와 동구, 대전 중구와 유성구, 경기 군포와 파주, 강원 춘천, 충북 청주와 옥천, 충남 홍성과 예산, 보령, 전북 남원과 정읍, 전남 장흥, 경북 경주, 경남 창원과 통영, 제주까지 모두 24곳으로, 울산만 빠졌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자체마다 당위성을 내세우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포시는 17만7147명의 시민이 서명한 ‘국립한국문학관 군포시 유치 희망 서명부’를 지난 7일 문체부에 전달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국회의원들도 ‘경기도’ 유치를 위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경북 경주는 경주시문인협회, 경주예총 등 지역예술계는 물론 경제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의 대표들로 구성된 국립한국문학관 경주유치 추진위를 구성했다. 경주가 ‘우리나라 향가와 설화의 본고장이자 정신문화의 본고장’이라며 유치 당위성을 담은 14개 조항의 건의문까지 발표하며 대정부 설득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 동구의회는 한국문단을 주도하는 수많은 근현대 작가의 고향이자 5·18 민주항쟁의 발상지인 동구에 국립한국문학관이 건립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강원도 18개 시ㆍ군은 ‘국립 한국문학관 춘천 유치를 위한 지지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춘천 유치에 역량을 집중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세종시는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통상 정부의 공모사업의 경우 공개적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며 분위기를 조성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도 모자라는데, 세종시는 유치신청서 제출 사실도 언론에 알리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행복청과 협의를 통해 국립박물관단지 내에 부지까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신청서를 제출했음에도 청사 등 공공시설이나 길거리에 현수막 하나도 붙이지 않는 등 공모사업의 들러리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도 여러 공모사업에 떨어져 혹시나 해서 조용하게 준비해왔다”며 “현장실사를 앞두고 현수막을 거는 등 남은 기간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제안서를 토대로 5~6곳의 지자체를 선별한 뒤 이달 말 현장실사를 한 후 7월 우선협상 지자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세종=박병주 기자 can7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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