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내 몸에 수술을 한다?”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가 현실이 됐다. 의료면허가 없는 병원 직원이 수술방에 들어가 환자의 몸에 칼을 댄 사건이 발생했다. 마취된 환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수술을 받았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사면허가 없는 병원 직원에게 수술을 지시한 병원장 A(53)씨와 수술을 한 총무과장 B(47)씨를 각각 의료법 위반교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10월 28일부터 2014년 6월 23일까지 수술실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B씨를 수술에 참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병원장의 지시에 수술실에 들어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다.
이 기간 동안 B씨는 직접 환자의 뼈에 구멍을 뚫어 철심을 심고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등 수술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A씨와 B씨는 양쪽에서 동시에 봉합수술을 하기도 했다. 수술 도중 퇴근시간이 되면 A씨는 B씨에게 봉합수술을 맡겨놓고 퇴근했다.
의료사고도 일어났다. 어깨·쇄골에 철핀 삽입 수술을 받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해 엑스레이(X-ray)를 찍어보니 철핀과 뼈가 연결되지 않았다. 이 환자는 대학병원에서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사고로 뇌에 피와 물이 찬 환자의 척수액을 과다하게 뽑아 대학병원으로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A씨와 B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일삼았지만 환자들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수술복을 입어 크게 의심하지 않았고, 수술 전 마취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이 병원 물리치료실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에게 영양제나 독감예방주사액 같은 전문의약품을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를 구입한 간호사 등 10명은 가족과 지인들에게 영양제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며 “혹시 무면허 의료행위가 의심될 경우 적극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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