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특별한 의미 없다’ 정치적 해석 경계
상황과 지위상 반 총장 대권 도전 화두로 제기
▲ 반기문 사무총장(왼쪽)과 이해찬 의원/사진=연합 DB |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친노(노무현 전 대통령) 진영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을 만난다.
반 총장이 참여정부 출신 인사를 만나는 것은 총장 취임 이래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방한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지 않아 야권에서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이해찬 의원과 회동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노무현 재단과 이 의원 측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4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 국무성 초청으로, 노무현 기념관 건립을 위한 사례 수집을 위한 일정이다.
방미 기간 중 이 의원은 반 총장 측의 제안으로 8일 유엔본부에서 만날 예정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 의원도 5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 애난데일의 한 식당에서 만난 국내 주요 언론 기자들에게 “오래 못 봤는데 우리가 미국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반 총장이 ‘차 한 잔 하자’고 연락해와 차나 한 잔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자신과 반 총장 간 회동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이 방한을 통해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과 그간 참여정부 출신을 비롯한 야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회동이 단순한 안부 인사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당장, 소원했던 친노 진영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충청권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이 의원이기에 반 총장으로서는 그와의 회동을 통해 충청대망론에 재차 불씨를 당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으로서도 반 총장과의 만남은 잃을 것이 없다.
되려 대선 국면에서 이 의원의 존재감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은 지난 4.13 총선에서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7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당선 소감과 선대위 해단식 등에서 “복당해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을 교체하고, 세종시를 완성하는데 신명을 바치겠다”고도 했다.
이는 대선 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원은 반 총장의 대선 도전에 부정적인 시각도 갖고 있다. 즉, 두 사람이 처한 상황과 지위에 견줘 반 총장의 대권 도전은 빠질 수 없는 화두란 의미다. 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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