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평등 위해 만든 단통법 취지 무색
주 모(29·대전 서구 도안동) 씨는 최근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공시지원금을 받고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하지만 며칠 뒤 자신과 같은 공시지원금에 추가로 35만 원의 페이백(불법 보조금)을 받았단 친구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주 씨는 “단통법이 만들어진 게 누구나 휴대전화를 똑같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마련된 법 아니냐”며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이 1년 8개월이나 지났지만, 불법 보조금인 페이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누구나 똑같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단통법이 페이백 탓에 전혀 효력을 못 보고 있다.
페이백이란 법정 보조금 상한액의 규제를 피하고자 판매점에서 정상가로 판매한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추후 현금을 돌려주는 불법 보조금이다. 가령 출고가가 80만 원의 휴대전화를 공시지원금(최대 33만 원)과 페이백까지 받으면 20만~3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사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
판매점들도 페이백의 초성을 딴 ‘표인봉’, ‘ㅍㅇㅂ’ 등의 은어를 사용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홍보한다.
또 오피스텔에서 운영을 하는가 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시를 피하고자 소비자의 재직증명서와 신분증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페이백이 성행하고 있는 이유는 단통법 시행 이후 고객에 대한 지원금 액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단통법이 시행되기 이전엔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각 통신사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골라 가입하면 됐지만, 현재는 모든 통신사 보조금에 상한선이 제한되면서 할인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판매점들은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통신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장려금)를 고객에게 현금으로 되돌려주며 암암리에 장사한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불법인 걸 알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없다. 누구를 위한 법이냐”며 혀를 찼다.
소비자들도 페이백이 불법인 걸 알지만 비싼 휴대전화 단말기 값에 어쩔 수 없이 판매점 정보를 쫓아다닌다. 보조금 지원 상한선을 없애지 않는 이상 불법보조금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전에는 발품 팔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단통법 때문에 그렇게 못 한다”며 “비싼 요금제를 써야 보조금 상한선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페이백을 통해 현금으로 할인받는 게 최고라 소비자들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한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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