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체육관 대피한 주민들 "공장 폐쇄만이 해결책"
(금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충남 금산의 한 화학공장 인근 주민들이 공장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2013년 이후 3차례 발생한 불산 유출 사고가 4일 다시 터졌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 35분께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 반도체용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에서 불산과 물 400㎏이 유출됐다. 순도 49∼55%인 불산 유출량은 100㎏으로 파악됐다.
불산은 자극적 냄새가 나는 무색 휘발성 액체로 전자회로, 각종 화학물질 제조 등 산업용 원자재로 사용된다. 염산이나 황산보다 약한 산성이지만 인체 침투성이 강하다. 호흡기와 눈, 피부에 흡수되면 자극 증상을 일으킨다.
사고 직후 공장 500m 이내에 사는 주민 100여명이 부근 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공장에는 20여명이 일했지만, 방독면 등 보호장구를 착용한 덕에 안전했다.
공장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 등은 오후 7시 20분께 불산 중화 작업을 끝냈다. 그런데도 일부 주민은 어지럼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금산경찰서는 유독물 이송 배관 일부가 파열돼 불산이 유출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공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했다. 공장 측이 불산 유출 사실을 1시간여 늦게 119에 신고했다는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다.
경찰은 현장 조사와 공장 관계자 소환을 통해 불법 또는 과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 공장에서 불산은 이전에도 여러 번 유출됐다.
2014년 8월 불산 3∼7㎏이 새 나와 공장 근로자 4명과 주민 3명이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불산 누출로 다수의 부상자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상 등)로 공장 대표 등 4명을 기소했고, 대전고법은 지난해 벌금 500만∼1천만 원을 선고했다. 공장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3년 7월과 2014년 1월에도 불산 사고로 하천 물고기 수천 마리가 죽었다.
당시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였다. 공장 측이 불산 공정을 2018년 이전하기로 약속하고서 양측간 갈등은 잠잠한 듯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사고가 재발하자 주민들은 정부까지 비판했다.
대피소에서 밤을 새운 주민들은 환경 당국의 적극적인 조치 없이는 귀가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황규식 군북면 조정리 이장은 5일 "지난 사고 때 정부가 안전관리를 약속해놓고 다시 불산이 유출돼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에서 보름 전 화학물질 대처 훈련을 할 때도 환경 당국은 사고 후 2시간 만에 나타나 불산 농도를 측정하는 등 기강이 해이했다는 주장도 했다.
황 이장은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재발 방지책은 더는 믿을 수 없는 만큼 공장 폐쇄만이 해결책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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