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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1925, 도브 |
해안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찌를 내려놓고 시간을 보내는 낚시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 워싱턴 왈라왈라에서 본 낚시 풍경이 곧이어 들어간 필립스 콜렉션 속 아서 도브의 <낚시>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미국 태생의 아서 도브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잇는 풍경을 재해석해서 화폭에 담아냈는데, 그가 담아낸 이색적인 풍경은 감상자들에게 즐겁고 이색적인 감각을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역동적인 구도 속에서도 그만이 가진 특유의 위트가 빛난다.
<낚시>는 화사한 자연광이 데님 소재로 변주되어 모던아트로 탈바꿈한 형태다. 미국 현대미술의 선구자였던 도브는 야수파, 특히 앙리 마티스의 입체주의와 다다이즘에 영감을 받았다. 칸딘스키의 초기 추상뿐 아니라,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 막스 베버, 알프레드 마우어 같은 친구들도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도브는 파리 여행을 다녀온 후 1910년에 고향 미국으로 돌아와 추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칸딘스키의 추상을 떠올리며 색을 수정하고 윤곽선을 들어내면서 자연의 형태를 축소했다. 1920년대 초부터 그는 <낚시>에 보이는 대나무, 천, 나무처럼 다양한 재료로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냈다. 당시 유럽 다다 작가들의 콜라주를 알고 있던 그는 1920년대에 부흥기를 맞이한 미국 민속예술에도 관심을 가졌다.
<낚시>는 미국 오지 느낌이 난다. 도브는 늘 부두에 앉아 낚시하는 흑인들에서 작품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데님 셔츠에서 자른 소매는 낚시하는 이들이 주로 입은 옷을 나타내고, 사방으로 퍼지는 대나무 조각은 낚싯대를 상징한다. 배열된 재료들은 햇빛과 손가락 같은 자연요소와 신체를 어렴풋이 상징한다. 특히 맨 윗부분의 활 모양 대나무는 물로 뻗어나가는 낚싯대의 강렬한 커브를 표현해 작품의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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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를 타고 본 통밀밭>, 1931, 도브 |
도브는 미국에서 최초로 순수추상화를 제작한 화가다. 자연에서 본질적인 형태를 채택했던 그는 자신의 방식을 ‘추출’이라고 불렀다. 그 느낌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는 <기차를 타고 본 통밀밭> 등이 있다. <낚시>에서 사용된 콜라주 외에도 도브는 종종 손으로 섞은 유화물감이나 템페라를 에멀전 왁스나 콜라주에 도입하면서 다양한 매체의 기법을 실험하곤 했다.
같은 시간대에서 같은 장소를 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천차만별이다. 도브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통밀밭처럼 생명력이 넘쳐 보였던 적도 있고, 부둣가의 흑인들에게서 뜻모를 애수를 읽었을 수도 있다. 그 어떤 순간이라도 특징을 잡아내 본인만의 개성으로 단순화해 재탄생시킨 도브의 감각과 감정이 차별화를 가능케 했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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