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충남도청 도지사실 모습 |
▲ 도지사 임명장 |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금이 한창 자녀를 결혼시키는 그야말로 ‘시즌’이다. 결혼을 일찍 하고 자녀 또한 빠르게 본 이는 진즉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그 자격이 성큼한 경우도 적지 않다.
나는 지난 3월에 딸을 출가(出嫁)시켰다. 자녀를 결혼시켜 보면 알겠지만 사위든 며느리든 간에 그 부모님과 사돈댁 식구들 공통의 초미(?)의 관심사는 우선 사위와 며느리가 어느 고장 출신이냐는 것에 집약되지 싶다.
이런 측면과 관점에서 “충남 출신~”이라고 하면 지금도 여전히 일단은 ‘한 수 따고’ 들어간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는 예부터 충남은 충절과 효도의 고장이란 관습과 인식이 여전한 때문이다. 최근에 옛 충남도청을 찾았다.
지금도 대전시내의 한복판에 그 위용마저 당당한 청사에 들러 2층의 도지사실을 구경했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만들어 비치해 둔 <한 장에 펼치는 충남 역사의 흐름> 팸플릿을 보면서 도지사실을 살피노라니 새삼 나 자신도 충남도민 출신이란 사실에 우쭐했다.
이 팸플릿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선사-원삼국-백제-통일신라-고려-조선-근·현대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 역사적 특징을 주요 유적·유물 사진과 함께 간략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충남의 15개 시·군을 상징한 15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충남 역사에 대한 소개는 물론 백제문화, 불교문화, 충청도 양반의 전통, 항일독립운동, 내포의 천주교와 동학 등 충남에서 꽃피운 찬란한 문화와 전통, 역사적 사건 등도 같이 소개하고 있어 유익했다.
역대 도지사와 현역 도지사의 열정과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구 충청남도청 도지사실이었다. 도지사실의 바로 옆에는 공사다망 중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라는 의미로 만들어졌음직한 두어 평 남짓의 조그만 정원이 있었다.
이곳에도 올라 밖을 응시하노라니 오늘날 충남의 눈부신 발전을 기획하고 실천한 도지사님들의 잠시잠깐의 정중동(靜中動)까지를 추측할 수 있었다.
최근 천안시는 중부권 동·서 내륙철도 건설사업 반영을 위한 통과노선 서명부를 정부에 전달했다. 여기엔 이 여망을 담은 통과노선 구간 도시 12개 시·군 주민 61만 4887명의 서명부가 담겼다고 하니 짧은 기간에 비해 실로 놀라운 업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안(案)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라며 그런다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 충청남도는 지금보다 현저하게 많은 관광객까지의 유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주지하듯 최근 소설가 한강 씨의 맨부커상 수상은 한국인 모두의 기쁨이었다.
그녀가 오늘날 영광의 수상을 누릴 수 있었음은 천재작가를 알아본 ‘1등 공신’ 데버러 스미스 번역가와 아울러 어려서부터 책과 글쓰기를 좋아한 딸을 더욱 격려한 그의 부친 소설가 한승원 님과 어머니 덕분이란 느낌이다.
그래서 말인데 누구나 살기 좋고 충과 효까지 자연스레 배울 수 있는 충남에 중부권 동·서 내륙철도까지 완성된다면 충남은 그야말로 제2의 맨부커상 수상에 버금가는 명불허전의 관광도시로까지 그 위상이 더욱 우뚝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말과 휴일에 사랑하는 자녀의 손을 잡고 구 충남도청 도지사실을 구경해 보시는 건 어떨까. 자녀교육에도 긍정적 효과로 각인되리라 예견된다. 이는 또한 한승원 님의 토로처럼 후일 자신의 자녀(한강 씨)가 부모를 뛰어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고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음이기에 강추한다.
인지상정이겠지만 ‘청출어람’의 바람은 모든 부모님이 자녀에게 거는 기대이자 여망이다. 나름 현장체험 학습의 일환이 되었든 어쨌든 소위 ‘서울대 기(氣)’를 받기 위해 자녀를 데리고 서울대를 방문하는 전국의 학부모님들이 여전하다는 건 구태여 사족의 부언 설명이다.
옛 충남도청 도지사실의 구경 내지 견학은 무료이며 사진촬영도 허용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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