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반기문 잘 알지 못한다 평가 절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박6일간의 방한 일정이 끝났음에도 31일 반기문 대망론에 대한 정치권에서 여진은 계속됐다.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포럼을 시작으로 28일 김종필 전 총리 예방 및 정·관계 원로들과의 만찬, 29일 경기 고양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로타리세계대회’ 개막식 기조연설, 29~30일 새누리당의 텃밭인 안동, 경주 방문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광폭의 대권행보를 보였다.
반기문 대망론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반 총장은 “저의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확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좀 삼가,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지난달 30일 오후 뉴욕행 비행기를 탔지만, 정치권은 내년 1월 반 총장의 대권행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충청권과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번 방한 일정으로 충청대망론의 유력 주자로 각인된 반 총장의 언급과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홍문표 새누리당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반 총장의 방한으로 여권 내 잠룡들이 눈을 떴다고 평가했다.
홍 사무총장은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반 총장이 이번에 오면서 새누리당의 잠룡들이 전부 눈을 떴다”며 “이제는 선의의 경쟁과 경선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포럼을 주관했던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반 총장의 메시지를 본인은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일정을 잡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보니, 이건 뭐 국내 정치인들 뺨치는 듯한 생각도 들더라”면서 “외교관으로서 국내 정치에 문외한이라는 얘기가 어쩌면 전혀 근거 없는 선입견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들은 대부분 반 총장의 행보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내는 등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충청(공주)출신의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20대 국회와 경제 민주화’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에 대해 “나는 그 분에 대해 잘 모른다. 국민으로서 대통령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거지 뭐…”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반기문씨에 대해 잘 모른다.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이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반 총장과 함께 대표적 충청인사로 꼽히고 있는 정 전 총리는 ‘충청권 출신으로서 반 총장의 대항마로서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뭐 고맙네요”라고 웃음으로 넘겼다.
정 전 총리는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정치권 합류를 심각하게 고민해오다 3월초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 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과연 두번의 임기 중 무엇을 했느냐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평가도 많은 분인데 7개월 후 유엔 사무총장 임기 이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강력한 의사를 표명한 것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처신에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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