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그르노블 도심을 2대의 트램 차량이 교차해서 지나고 있다. |
프랑스 그르노블 트램은 29년 전에 첫 번째 노선이 개통됐다. 이후 인기를 반영해 5개 노선으로 늘렸고 현재는 없어선 안 될 '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트램을 교통복지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새벽 4시 첫차가 출발하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22시간 운행된다. 운행 간격은 이용객이 많을 땐 3분, 없을 땐 20분이다. 그래서 승객이 없어 텅텅 빈 트램을 자주 볼 수 있다. 도심에서 트램의 평균속도는 20㎞로, 15㎞인 버스보다 더 빠른 편이다.
그르노블시가 트램 도입 때 도심에서 적용한 자동차 억제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더 확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도심 깊숙이 파고든 트램의 친밀성은 다른 도시와 비교되는 차별성을 띠고 있다.<편집자 주>
▲도시 소개= 프랑스 남동부에 위치한 그르노블은 인구 15만 5000명, 도시권 인구 40만 5000명의 중소 도시다.
지리적으로는 알프스 산맥 동쪽 기슭에 있으며, 아제르 강과 드라크 강 합류지점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도시가 주변 산에 둘러싸인 분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옛날에는 쿨라로(Cularo), 그라티아노 폴리스(Gratiano polis)로 불렸다고 한다. 이는 4세기에 로마 황제 그라티아누스의 이름을 따서 그라티아노 폴리스라고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
19세기 말부터 알프스 산맥의 전원개발에 따라 염소가죽 장갑, 시멘트, 리큐어, 리넨 등의 공업이 발달했다. 현재는 수력발전용 터빈, 전기기계 공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전자공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1339에 설립된 종합대책이 있으며, 여기서 태어난 작가 스탕달의 원고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스탕달 박물관이 자리한다. 또 12~13세기에 건립한 노트르담 대성당 등 많은 옛날 건물과 시가지가 잘 보존돼 있다. 철학자 에티엔 보노 드 콩디야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바스티유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는 그르노블의 대표적 관광 명소가 됐다. 물방울처럼 생긴 케이블카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이곳 시민들은 이걸 큰 자랑거리로 여긴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그르노블 도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꼭 들려야 하는 관광코스로 자리잡았다.
그르노블은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곳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22세던 1974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6개월 동안 이곳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 한-프랑스 수교 130년을 맞아 프랑스를 방문하는 박 대통령은 6월 3일(현지시간) 파리6대학에서 명예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데, 프랑스 방문 마지막날인 4일에는 그르노블시를 찾을 예정이다.
▲트램 어떻게 운영 되나=그르노블 도시 남서쪽에는 트램을 관리·운영하는 트램 공사가 있다. 반대편인 북동쪽에는 버스 기지가 있다. 이곳은 중앙통제실을 비롯해 차량기지 및 정비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르노블은 5개의 트램 노선에서 105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버스 대수는 300대 정도다.
트램 운행은 이른 새벽 4시 첫차가 운행되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달리게 된다. 이용자가 많은 주요 트램 라인에선 3분 간격, 이용자가 많지 않은 밤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그르노블은 계절에 따라 트램 이용자 수 격차가 크다. 4~7월에 트램 이용객이 감소하고 7~8월 휴가기간에 다시 줄고 9월부터 4월까지 이용자가 많아진다. 트램 평균 속도는 정류장이 많은 A라인이 17㎞, E라인은 22㎞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버스의 경우 시내 15㎞, 시외 30㎞ 정도로 달린다.
트램 노선은 시 외곽에선 전용선을, 도심에서 자동차와 같이 쓰는 겸용선을 사용하고 있다. 트램을 운전할 수 있는 기관수만 220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날마다 150회 운행을 하고 퇴근한다.
▲특이점은 뭔가=그르노블 트램은 29년 전 처음으로 개통됐다. 1987년 A라인이 개통돼 운행을 시작했는데, 건설비 문제로 2001년이 돼서야 전 구간을 개통할 수 있었다. 지난 해에는 E라인을 개통함으로써 도시 트램 노선을 완성했다.
이곳에선 초기 트램을 반대하는 시민들 때문에 구청장이 재선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버스보다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연간 대중교통 이용객 8500만명 가운데 60% 이상이 트램을 이용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트램 공사 기간 발생한 영업피해 보상을 상인들에게 해줬다는 점이다.
트램 티켓 구입으로 연간 1억 2500만 유로의 수익이 발생하며, 정류장 광고 등 수익금은 3400만 유로 정도다.
2006년 건설된 트램 C라인은 10㎞를 건설하는데 4억 유로(5278억여원)를 지출했다.
도시가스와 전기시설이 지하로 매설돼 있어서 트램 건설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트램 관련 교통사고는 가끔 일어나지만 경미한 수준이다. 트램 운행 3만㎞마다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 13건의 사고가 있었다. 트램끼리, 트램과 버스가 충돌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2006년에는 2건의 사망사고가 있었다.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가 헤드폰을 끼고 다니면서 트램의 경고음을 듣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다.
전력공급 중단에 따른 사고도 드물게 일어나고 있다. 원인은 대형트럭이 전선을 끊고 지나가면서 운행중단 사고가 난다는 것. 전력중단 사고는 15년동안 5~6번 있었다고 한다.
트램 정비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11개 차량을 한 번에 정비할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며, 앞으로 2개 라인을 더 확충할 계획이다. 정비인력은 30여 명이 있는데, 대부분 자동화 돼 있어서 분주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중앙통제실에는 14명이 있고, 7시간 30분 동안 교대 근무로 운영된다.
▲트램 도입 때 조언=그르노블 도시는 트램 도입 후 강력한 자동차 억제정책을 펴고 있다. 주요도로의 폭을 6차로에서 4차로로 줄이면서 시내로 진입하는 자동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그르노블 시의 목표는 자동차를 시내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좁은 골목길에는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가 설치가 돼 있다. 이곳 볼라드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개폐되는 시스템을 갖췄고, 택시 등 반드시 운행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그르노블 트램공사는 트램 도입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시민 삶과의 밀접성을 들고 있다. 이곳 트램은 도심 깊숙이까지 파고들어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 됐다. 심지어 백화점 정문 3m 앞에서 트램을 탈 수 있게 노선이 지난다. 좁은 도로를 마치 뱀이 지나가듯 유유히 빠져나가는데, 심한 곡선에서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트램 차량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고풍스런 모던함을 엿볼 수 있다. 너무 튀지 않게 함으로써 도시와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르노블 트램공사 관계자는 “시내에서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트램 도입때 다방면의 선행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프랑스 그르노블 트램공사에 있는 중앙통제실에서 관리직원이 모니터를 살피고 있다. |
그르노블=박태구 기자 hebala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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