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후 안동 하회마을을 찾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가운데)이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풍산 류씨 종택인 양진당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 |
방한 기간 거침없는 동선,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내년 대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함에 따라 여야 대권 주자들의 ‘대선 시계’를 한층 앞당겼다.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반 총장이 야당의 부적절한 정치 행보라는 지적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지난 28일 오전 10시 서울 신당동 김 전 총리 자택을 찾아가 배석자 없이 30 여 분간 ‘비밀 대화’를 나눈데 이어 자신의 멘토단(반기문 사단) 10여명과 함께 이날 오후 저녁을 같이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반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일) 육사 졸업식에서 저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계셨고, 제가 작년 구순 때도 서울 오면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었다”며 “국가의 원로고 대선배님이시니 인사차 들렀다”고 설명했다.
대선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선 ‘충청 역할론’을 강조해 온 김 전 총리가 반 총장 간에 ‘충청대망론’과 관련된 유의미한 발언이 오고 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반 총장이 방한 전에 이미 계획하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져 대선 출마의 포석이 깔린 간단치 않은 만남으로 받아들여진다.
28일 오후에는 멘토단과의 만남 후 반 총장의 최측근인 오준 유엔대표부 대사는 “과거 입장과 달라진 것은 이제 (대선)에 나가는 것을 포함해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선 출마 의지가 있음을 전했다.
29일 오전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 로타리 세계대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경북 안동과 경주 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대구 경북(TK) 의원들과 오·만찬을 하며 사실상의 대권 행을 알렸다.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경주는 신라의 천년고도로 두 도시는 경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반 총장이 임진왜란의 전화를 극복한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의 안동 화회마을 고택인 충효당(忠孝堂) 방문은 서애 선생의 리더십과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오버랩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찬 자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김관용 경북지사,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권영세 안동시장이 함께한 뒤 충효당 인근에 기념식수를 했다.
반 총장은 서애 선생의 조국사랑 등을 언급한 자신의 방명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서애 선생님의 숨결, 손결, 정신이 깃든 하회마을을 방문해 그분의 나라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기 바라는 마음을 이곳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유엔 NGO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경주로 내려가 김석기 당선인 등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반 총장이 방한 막바지 일정을 이들 지역에 배치함으로써 여러 대권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온 충청과 TK의 연대설 역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충청 출신인 반 총장과 영남권 의원들이 첫 정치적 교감을 하게 됨에 따라 표심 결합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방한에 대해 새누리당은 “반기문은 내년 대선에서 상수”말이 확산되는 등 차기 대선에서 반 총장이 여권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그는 30일 유엔 행사에서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5박6일간 방한의 대미를 장식할 계획이어서 그의 최종적인 발언 수위와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유엔사무총장의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난 것은 권력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 영남과 충청이 연대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충청대망론의 실체가 확인된 정치 행보”라고 평가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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