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은 도주했다가 붙잡혀…“주부들 재산 탕진해 자살하는 등 지역 도박 실태 심각”
▲ 속칭 '아도사끼(딜도박)' 도박 현장에서 발견된 판돈과 화투 등 압수품. |
천막을 설치하는 등의 수법으로 산 속에서 상습적으로 도박한 조직폭력배와 주부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도박장을 개설한 조직폭력배와 여기에 상습적으로 참여한 도박꾼 등 모두 60명을 붙잡아 도박장소 개설 혐의로 총책 권모(36)씨 등 2명, 상습 도박 혐의로 주부 김모(62·여)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5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한 달간 충남 공주 계룡산과 대전 장태산, 전북 완주 일대의 인적이 드문 산속 펜션 등에서 속칭 ‘아도사끼(딜도박)’ 도박을 벌인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가족 등에게 도박장에 간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아침 출근시간대를 이용해 도박했다.
또 주위 시선을 피하기 위해 산 정상에 대형 천막을 설치해 도박판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판돈은 하루 1억 원 이상에 달했으며, 무전기와 대포폰 등을 활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 방법은 간단하다.
녹색판에 흰색 세로줄 두 개를 그어 3등분 한 뒤 운영자가 먼저 패를 잡으면 나머지 두 패에 참가자들이 돈을 거는 방식이다.
영화 ‘타짜’에 나온 그 도박이다.
도박판을 개설한 조직폭력배들은 1회 판돈의 10%를 강제로 걷었으며, 현장에서 고금리 사채를 운영해 추가 이득을 취했다.
도박에 참여한 주부들은 여기서 이용한 사채 빚을 갚으려 다시 도박장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했다.
조폭들은 주부들을 현혹하는 모집책을 따로 두고 수당을 20만 원씩 줬으며, 참가한 주부들에게 차비 10만 원씩을 주는 방식으로 생색내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다만 총책 권 씨는 사채 운영과 차비 지급에 대해선 부인했다.
▲ 총책 권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경찰은 “주부들은 도박을 정확히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조폭들이 이겼다고 하면 돈을 받고, 졌다고 하면 돈을 주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참여했다”며 “도박으로 가정이 파탄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첩보가 있었다”고 했다.
또 경찰은 “ 재산을 탕진해 자살하는 등 지역의 도박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도 전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도박판 운영자는 10명, 도박 참여자는 50명이다.
참여자 중 25명은 남성, 35명은 주로 가정주부인 여성이었다.
경찰은 조직폭력배 활동 여부와 추가 도박장 개설 등 여죄를 조사 중이다.
총책 권 씨는 가정 파괴와 자살 등 2차 피해에 대해 생각해 봤냐는 질문에 "생각 못했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 총책 권 씨는 가정파괴와 자살 등 2차 피해에 대해선 "생각 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
▲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도박판 단속 영상 갈무리. 주부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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