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각각 국빈방문하기 위해 출국했다.
10박12일의 장기출장에서 박 대통령은 방문국과의 외교는 물론,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관련 입장 정리의 부담도 안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에티오피아(25∼28일), 우간다(28∼30일), 케냐(30일∼6월1일), 프랑스(6월1~4일)를 차례로 방문한 뒤 다음달 5일 귀국한다. 각국 정상과의 회담, 아프리카연합(AU) 본부 방문 등 중요 외교일정이 있다.
박 대통령의 순방에는 경제사절단으로 역대 두번째 규모인 166개사, 169명이 동행한다.
중대 외교현안 뿐 아니라 상시청문회법 관련 현안까지 박 대통령의 어깨에 얹혀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입장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거부권 행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방향이 정해졌더라도 시기가 고려대상이다. 박 대통령은 해외순방 기간이라도 전자결재를 통해 ‘원격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국 이후로만 거부권 행사시점을 예단하기는 무리다.
거부권 행사시 “국회가 행정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야당의 경고를 어떻게 무력화할지 대책이 요구된다.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 국정동력 상실 위험에 놓인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포기해 상시청문회법 공포로 결론을 내는 경우에도 부담이 없지 않다. 야당과의 기싸움에서 패배한 것으로 인식될 여론과 상시청문회 운영 과정에서 정략적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국내 문제’의 부담을 지고 해외순방 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6월 중국 방문 직전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해 파장이 일었고, 2014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 때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2014년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직전에는 ‘문창극 친일발언’ 논란이, 지난해 4월 중남미 순방 전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나라를 뒤흔들었다.
한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당이 함께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두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만약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동대응하자고 했다”며 “그 때 공동대응하자는 원칙만 오늘 합의했다”고 대화 내용을 전했다
서울=오주영기자 ojy8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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