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채용 기존 인력 숙련 시 시간·비용 문제
# 전문연구요원을 준비 중인 서울대 이공계열 박사과정 학생 A씨는 이공계 병역 특례 폐지 소식을 듣고 본인보다도 본인이 속한 연구실 걱정이 앞선다.
박사과정으로서 한 프로젝트의 구심점이 돼 연구를 진행 중인 A씨가 이공계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면 단순 A씨의 문제가 아닌 연구실 전체의 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A씨가 연구실을 비울 경우, 그의 프로젝트를 대신 할만한 새 인력을 구하거나 연구실 내 다른 인력에 그의 프로젝트를 맡겨야 한다.
이는 연구실 내 비효율적 인력 배치, 경제적ㆍ시간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만약 마땅한 대체자를 찾지 못하면 심하게는 A씨가 진행해 온 연구의 행방은 묘연해질 수도 있다. 이는 단순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한 과학·기술 인재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실의 연구환경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공계 병역특례 폐지가 단순한 병역특례제도의 문제를 넘어 연구환경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칫 국가적인 연구에도 차질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5일 대덕특구를 비롯한 과학기술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는 모두 1692곳(3월 말 기준)에 달한다.
이곳에서 복무중인 전문연구요원은 7377명이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다수 몰려 있는 대전ㆍ충남ㆍ세종지역은 전문연구요원 지정업체가 210곳으로 1799명이 복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 내 전문연구요원이 단순하게 하나의 연구실에만 배치돼 있다 하더라도 1700여 곳의 연구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출연연 연구실 내 연구환경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대덕특구 내 한 출연연기관은 연간 20여 명의 정규직 전문연구요원을 채용해 각종 연구를 수행중이다. 이날 현재 이 기관에는 50여 명의 정규직 전문연구요원이 근무중이다.
전문연구요원은 대부분 까다로운 선발 절차를 거쳐 선발된 만큼 업무 또는 연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군인신분으로 근무성적, 업무평가, 연구자발적 참여도 등도 높아 지금까지 이들과 함께 근무하는 연구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국방부의 방침대로 전문연구요원 제도가 폐지되면 출연연 입장에서는 당장 고급 인력의 유출과 함께 연구환경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전문연구요원 제도 폐지에 대한 다양한 접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접근은 ‘국가의 심각한 두뇌 유출’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전문연구요원 폐지는 미래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조언했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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