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공용화장실 여성들 불안감 날로 커져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남녀 공용화장실 여성들 불안감 날로 커져

  • 승인 2016-05-22 16:19
  • 신문게재 2016-05-22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 살인사건 이후 공용화장실 공포감 확산



여성들의 남녀 공용화장실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한 남성의 ‘묻지마 범죄’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여성들은 “두려움이 현실로 닥쳤다”며 경악하고 있고, 전문가들은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 문제를 사회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녀 공용화장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호프집이나 노래방, 피시방, 당구장 안은 물론, 이런 시설이 들어선 상가건물 화장실은 남녀 공용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5평이 안 되는 좁은 공간에 세면대와 남성용 소변기, 남녀 공용 변기가 함께 설치돼 있다. 남녀 사이를 구분해 주는 것은 내부 칸막이나 천으로 된 가림막 뿐이다. 아예 잠금장치가 없거나 쉽게 여닫을 수 있을 정도로 잠금이 허술한 곳도 부지기수다.

공중화장실법 제7조에는 ‘공중화장실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업무시설 연면적 3000㎡ 이상, 상가시설 2000㎡ 이상 건물에만 적용된다. 법이 2006년 11월에 개정돼 이전 건축물은 화장실을 분리할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여성들은 불안에 떨며 남녀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몰카범죄나 성추행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살인사건까지 일어나 여성들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이모(34·여)씨는 “회식이 있거나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남녀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다 남자들이 불쑥 들어와 민망하거나 크게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에 들어온 남자들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안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성모(37·여)씨도 “건물에 남녀 공용화장실 밖에 없어 이곳을 사용하고 있는데 통로나 멀리서 술 취한 남성들이 큰 목소리를 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좁은 공간, 그것도 화장실에서 남녀가 같이 있다는 게 솔직히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남자들도 남녀 공용화장실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볼일을 보고 있는데 화장실에 들어오려던 여자가 날 보며 화들짝 놀라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 민망한 경우가 많았다”며 “죄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죄책감이 들고, 시선이 남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인식과 의식을 바꾸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환경적인 요소를 먼저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의 공간적 분석을 했을 때 노래방이나 술집의 남녀 공용화장실은 범죄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라며 “추가적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조례 개정을 통해 기존에 설치된 남녀 공용화장실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3.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4.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3.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4.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