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 단순 전달·유통도 형사처벌 대상
‘월500만, 주5일, 현장관리 및 사무업무, 성별·학력 무관.’
취업준비생 A씨(25)는 최근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에 들어갔다 이 같은 내용의 채용공고를 보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최실장이라는 업체 담당자는 근무조건으로 기본 월급 300만원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대포통장으로 사용될 법인통장을 대신 개설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꼬드겼다.
혹시 적발돼 경찰조사를 받게 될 것에 대비해 진술교육을 해주고 최악의 경우에도 벌금에 그치며 벌금을 대납해준다고 최실장은 부추겼다.
하지만 이런 말에 속았다가는 전자금융거래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들어 구직사이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대포통장개설 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불법사례가 늘고 있다며 22일 소비자경보(주의)를 발령했다.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는 먼저 300만원 이상의 높은 급여로 구직자를 현혹한다.
불법이지만 법인 대포통장 개설을 도와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며 유인하는 수법이다.
이들 업체는 ‘트△△’‘사이□□’라는 곳으로 회사주소와 전화번호, 대표자명 등을 채용공고에 밝히고 있으나 금감원 확인결과 유령업체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은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외에 도박사이트에서 사용되는 것이므로 처벌받을 일이 거의 없다거나 경찰에서 사전교육받은 대로만 진술하면 30분 참고인조사로 마무리된다며 구직자를 기만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포통장의 단순 전달·유통도 불법임을 인식하고 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대포통장을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퀵서비스업자가 징역10월, 집행유예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신설법인 계좌개설에 한해 증빙서류 제출을 완화한 조처가 범죄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 실제 사업영위 여부를 철저히 확인토록 금융회사를 지도하기로 했다.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는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도박 등 여러 범죄에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며 “타인의 대포통장 확보를 돕는 것도 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금융소비자들은 비슷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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