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근 의사 사진을 알아보지 못하고 '긴또깡'이라고 장난스럽게 답해 논란을 일으킨 방송화면. |
걸 그룹 AOA 멤버 ‘설현’은 본명이 김설현이다. 가수이며 탤런트인 그녀는 1995년생이라니 올해 나이가 만으로 21세이다. 그야말로 참으로 ‘좋은 때’다.
그녀가 지금이 더욱 호시절인 것은, 하늘을 찌를 듯한 절정의 인기 외에도 여기저기 광고모델로도 얼굴을 내밀어 천문학적인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어서 금상첨화일 터다. 언젠가는 그녀가 모델로 활동하는 이동통신사의 광고 브로마이드를 훔쳐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단다.
따라서 그 사건은 가뜩이나(?) 흥행성을 드러냈던 그녀의 인기에 더욱 불이 붙는 단초로 작용한 바 있다. 그랬는데 그만 결정적 ‘무지’로 말미암아 자칫 인기의 정상에서 졸지에 추락할 수도 있는 중차대한 국면을 맞았다.
어떤 방송에 출연한 그녀와 지민이라는 여가수가 그만 역사 인식 부재 논란에 휩싸인 때문이다. 이 두 사람은 지난 5월 3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위인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맞히는 역사 퀴즈를 풀었다.
헌데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곤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발음)이라고 장난스럽게 답하는가 하면 바둑 9단 이세돌 기사의 이름을 노세돈, 백범 김구 선생의 이름은 김귀라고 적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마디로 충격을 넘어 경악에 다름 아니었다.
주지하듯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지하는 인물이 바로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님이다. 시청자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방송사는 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철없다는 아쉬움이 여전한 건 어쩔 수 없는 찝찝함이다.
설현 역시 자신이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역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불쾌감을 느낀 모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역사에 대해 진중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점에 많은 것을 깨닫고 반성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쾌감이 희석되지 못하는 까닭은 아무리 인기가 좋고 돈도 좋다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역사마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분명 인식에서의 벋놓다(다잡아 기르거나 가르치지 아니하고, 제멋대로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내버려 두다)의 전형으로까지 보인 때문이다.
더욱이 설현은 한국방문위원회에 의해 ‘한국 방문의 해 2016-2018’ 홍보대사로까지 위촉된 상황이다. 명색이 그러하거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안중근 의사를 몰랐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편집을 아니 하고 방송이 되면 분명 사달이 날 게 뻔한 걸 알면서도 굳이 방송을 강행한 방송사의 행태 또한 의뭉하긴 매한가지였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과거완 달리 책을 안 봐도 너무 안 본다는 건 그렇다손 치더라도 안중근 의사는 초등 시절에 이미 다 배우지 않았던가?!
“설현 양~ 아명(兒名)은 응칠(應七)이며 1909년 10월 조선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처단한 청사에 길이 빛나는 위인이 바로 안중근 의사님이시라네. 기억 좀 하시게!”
소지천만(笑止千萬 = 우습기 짝이 없음)과 더불어 결과론이긴 하지만 역사 상식에 자신이 없었으면 차라리 수구여병(守口如甁 = 입을 병마개 막듯이 꼭 막는다는 뜻으로, 말을 대단히 삼감을 이르는 말)이라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까지 느끼게 하는 설현 관련 뉴스였다.
차제에 인기만을 고려해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있는 현행 홍보대사 선임에 관해서도 어떤 검증의 잣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무지한)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문이요 몸까지 망치는 도끼다.” - 중국 한나라 때 사람이며 점쟁이로도 유명했던 군평(君平)이 남긴 명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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