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포수의 태그를 피해 홈으로 들어오고 있는 로사리오 선수 = 한화이글스 제공 |
위기에 한화 이글스는 ‘잘 지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프로 세계는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결과로 모든 것을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144경기를 치르는 한 시즌을 생각하면 한 경기 승리만이 중요한 게 아니다. 패배 속에서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져도 잘 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화는 18일 포항 삼성전에서 2-13으로 대패했다. 경기 초반 선발 김용주가 1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이어 심수창, 김범수, 정재원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각각 4실점, 1실점, 3실점으로 모두 점수를 허용했다. 타선도 삼성 선발 윤성환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빠른 실점에 한화 타선은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윤성환의 적극적인 승부에 맥 못 추며 쉽게 공격 이닝을 마쳤다. 6회 초 볼 판정에 예민해진 윤성환을 상대로 2점을 만들어냈지만, 거기까지였다. 2사 만루 찬스에서 대타 장민석을 내세웠지만, 아쉽게 3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후 한화는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중반 이후 정근우, 이용규 대신 강경학, 김원석 등이 출전했지만, 별다른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기력하게 경기를 졌다.
17일 포항 삼성전은 더 참담하다. 초반 승기를 잡고도 달아날 수 있는 찬스에서 달아나지 못했다. 무사 1,2루 찬스를 두 번이나 놓쳤다. 여기에 마무리 정우람이 폭투로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에서 포일로 어이없이 경기를 내줬다. 제대로 된 승부를 해보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진 꼴이다. 이런 패배는 한 경기 이상의 데미지가 있다.
요즘 한화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활기가 떨어진다. 경기 내내 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기가 어렵다. 이기기에 골몰해 온 한화는 계속된 패배에 큰 상처를 입고, 주저앉고 있다. 계속된 패배로 패배자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이런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잘 지는 법을 배우는 길밖에 없다.
우선 어떤 싸움에서 질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경기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다음을 기약해는 경기도 있다. 이를 잘 판단해야 한다.
또한, 깨끗이 질 필요가 있다. 경기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당당하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큰 점수 차에서는 새로운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해 동기 부여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존 선수들은 조금이나마 체력을 충전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한두 점차 패배에서는 납득할 수 있는 경기를 선보여야 한다. 상대가 아닌 스스로 싸움에서 진 경기는 팀 케미스트리에 큰 영향을 준다. 후회 없이 지는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지는 것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지는 일은 이기는 연습이다. 패배를 화살표로 삼아 승리의 길을 찾는 과정이다.
지금의 한화는 지는 경기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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