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크 콘서트 패널들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진지하게 서로의 얘기를 주고 받으며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여성벤처협회 제공. |
여성CEO, 여대생, 경력단절여성 등이 참여한 창업여풍 토크콘서트
취ㆍ창업 위한 현실적(남성, 남결혼, 육아 등) 어려움 쏟아져
“결혼과 육아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인식)구조도 문젭니다.”
멈추지 않았다. 길을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현실 때문에 오랫동안 속앓이를 한 터라 봇물처럼 쏟아졌다. 특유의 공감능력을 갖춘 여성들이라 그런지 듣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들도 눈에 띈다.
여기는 ‘우리는 대한민국 절반의 자원, 여자다’라는 주제로 18일 세종창조경제센터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 현장이다. 센터(센터장 최길성)가 주관하고 (사)대전ㆍ세종ㆍ충남여성벤처협회(회장 김영휴)가 후원한 ‘창업여풍 네 번째 프러포즈’다.
여성CEO와 경력단절 여성, 여대생들이 모여 취ㆍ창업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이를 극복한 ‘선배님’의 조언을 듣는 자리다.
손지혜 (주)피플인사이드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콘서트에서 처음 등장한 이는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여대생이다. 고려대 국문과 4년생인 허지이 씨로, 현재 이야기산업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허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고 결혼과 육아 등으로 다시 일을 못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창업을 선택했지만, 사실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62세라는 늦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주부 심봉옥 씨는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게 살림이라 관련 연구를 했고 현재 창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두 여성 모두 시작은 했는데, 앞으로가 문제였다.
박선영 (주)코드바이오 대표는 “초심을 잃지 마라. 첫사랑과 같은 초심을 잃지 않고 끈기와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지구에는 여성이 더 많다. ’나는 여성이니까’라는 용어를 이제 빼자. 여성이라는 테두리에 갇히면 어렵다”고도 했다.
돌도 안 된 아기를 안고 세 번이나 이 프로그램에 참석한 주부 허민 씨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워낙 커서 간만 보고 있다”고 하자, 박 대표는 “발을 뗄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잡아줬으면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이지현 씨는 “공학 분야에서는 여성의 스펙이 좋다고 해도 회사는 남성을 원한다”며 이공계 여성취업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이에 이성옥 (주)나무와 숲 대표는 “스펙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본인만의 차별성을 못 찾는 미스매치가 많다”며 “내가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우선 생각하고 그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정선주 (주)청이엔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남자들이 득세하는 사회에서 파워풀하게 존재하는 법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남성들은 각종 인맥을 만들어 끈끈한데, 여성들은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개미처럼 일만 하면 언젠가 알아줄거라 믿지만, 그렇지 않다”며 “전혀 다른 업종은 물론, 봉사단체, 공공기관과 연관된 모임 등 네트워크를 짜야 한다”고 인맥관리를 강조했다.
경력단절여성인 최미숙 씨는 “대기업 요직부서에서 승진도 잘했지만, 결혼과 출산, 남편 유학 뒷바라지 등으로 사표를 냈고 귀국 후 재취업한 직장을 또다시 육아 문제로 그만뒀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성옥 대표는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남편과 자녀에다, 시댁과 친정 등의 문제로 상당한 압박을 받으면 자존감까지 무너진다”며 “경제적 자립과 함께 자존감을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콘서트 후 김영휴 회장은 ‘여성이 거듭나면 세상이 거듭난다’는 강연에서, “‘나’ 주식회의 대표는 ‘나’다.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이 창업하면 백발백중 실패한다”며 “창업은 간절하고 준비만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윤희진 기자 heejiny@
▲ 창업여풍, 네 번째 프로포즈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창조경제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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