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염두, 지역민 여론 겨냥 해석
정치권에서 충청권 인사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청 요직에 기용되면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지역민 여론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일단, 여당인 새누리당의 중심부로 우뚝 서는 모양새다.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한 여권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 혁신위원장, 사무총장 권한대행 등 지도부 자리를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나가고 있기 때문.
이원종 신임 비서실장은 충북 제천이며, 정진석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은 공주 부여 청양이 지역구고,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대전이 고향이다. 홍 사무총장은 홍성 예산 토박이다.
2년 전만해도 대통령을 포함한 3부 요인 전원과 입법, 사법, 행정부 수뇌부 대부분이 영남권이 싹쓸이를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비서실장에 전격 발탁된 제천 출신의 이원종 신임 실장에게 정치권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충북 동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는 여권의 분위기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반 총장이 이달 말 방한하는 일정에 앞서 단행된 이 실장의 기용에 여권은 물론이고 야권도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여권 수뇌부와의 접촉, 충청권의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와의 회동 여부로 반 총장의 행보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선의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도 충청대망론을 재점화하며 대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당권(당 대표)과 대권(대선 후보) 중 하나를 고르라면 대권”이라면서 “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의 새로운 인물이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충청이 뜨는 이유는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전 경체부총리가 공천 과정에서 내상을 입는 등 영남권 유력주자들의 퇴조가 확연한데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이 호남 인구수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이 초래된 것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충청대망론의 불을 지켜 정국을 돌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충청권 인사들을 대거 당직에 기용했다.
대변인이나 특위 간사 등에 치중됐던 그간의 인사 기용과는 달리, 이번 인선에서는 당3역과 원내 협상의 실무자격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으로 발탁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선거때마다 캐스팅보트였던 충청임을 감안, 더민주가 지역민에 대한 구애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그 시작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자신을 도와 새누리당·국민의당과의 원내협상 일익으로 박완주 의원(천안을)을 임명한데서 비롯됐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지역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잇따라 발탁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당의 공약과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에 변재일 의원(청주 청원)을 임명한 데 이어 같은날 오후 8월말~9월초로 예정된 전당대회 준비를 총괄할 준비위원장에 오제세 의원(청주 서원)을 위촉했다.
뿐만 아니라 안희정 충남지사가 당내 잠재적인 대권주자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분류,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문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감은 여전히 적지않다.
일례로 김종인 대표는 최근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수의 대권 주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전국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총선 직전에도 안 지사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을 문 전 대표와 함께 당내 잠재적 대권주자로 동격으로 취급한 바 있다.
반면에 안 지사는 자신의 측근 인사들이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대거 입성하면서 입지를 드높였다. 이를 의식한 듯 안 지사 스스로도 차기 대권을 향한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이지만, 경쟁국면에 들어가면 계속 응원할지, 아니면 (내가)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고 했다. 서울=오주영·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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