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일각, 친박 당권 잡기위한 시간벌기 의심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에 비박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을 두고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단 자신들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 위원 선임이라는 점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 원내대표가 파격적인 인선을 통해 당내 계파 없애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불식시키위해 혁신위원장에 비박계의 김용태 의원을 배치했다.
비대위원 10명 중 7명이 비박계로 분류되고 있다. 그나마 친박 성향은 당연직 위원인 김광림 정책위 의장 정도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 20명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비상대책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을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장우, 김태흠, 박덕흠 김선동 의원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 후 위기를 극복해야 할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그러나 이번 인선 발표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에 부합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고 인선에 반발했다.
이들은 “내용은 급조됐고, 절차는 하자를 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우리 스스로 솔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엇보다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합되기에는 미흡하다”며 “계파를 초월하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물안 개구리식 인선으로는 우물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진정 새누리당이 뼈를 깎는 혁신으로 국민 지지를 회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 눈높이’ 인선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객관성을 담보로 하는 비대위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우려를 많이 표시하고 있다”면서 “인선 전에 몇몇 분들과는 상의했으면 좋았는데 정 원내대표가 고독한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김세연 의원, 이혜훈 당선인을 비대위원으로 포함시킨 배경을 두고 유 의원의 복당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친박 강경파는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을 추인하는 전국위에서 이를 비토(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정 원내대표나 비박계는 가당치도 않다며 일축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때 중도적 입장에서 균형 감각을 갖고 공정하게 하겠다고 발언하고 지지를 호소했는데, 그러고 나서 친박계만 뽑아 쓸 수는 없지 않으냐”며 “그건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총선 패배 후 비박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정비 시간을 준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올 친박계는 많은데 조기 전대를 하면 100% 역풍을 맞는다. 일단 친박계에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의구심을 품었다.
이와 관련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비대위원 상견례에 참석한 정 원내대표와 김용태 의원은 강력한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황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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