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존재하지 않는 불안…나도 혹시 강박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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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존재하지 않는 불안…나도 혹시 강박증?

경미할땐 생활에 도움, 제어 못할땐 주의, 안와전두엽~기저핵 뇌 신경회로 이상 추정 유전·기질 요인, 스트레스도 발생 높여, 주변 피해땐 반드시 치료…자가진단 권장

  • 승인 2016-05-16 14:12
  • 신문게재 2016-05-17 12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속옷이나 양말 하나하나가 제대로 개어져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 냉장고 속 음료들이 일렬로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 욕실을 쓴 이후에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 사람, 내가 쓰는 물건은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사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이런 사람들도 일종의 강박 증상이 있는 사람이다. 사실 경미한 수준의 강박 증상은 어느 정도 생활에 도움도 되고 심지어는 주변에서 꼼꼼하고 청결한 사람이라는 칭찬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때, 그리고 가족과 같이 가까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강박 증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자신이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경숙 교수의 도움말로 강박증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행동 제어는 어렵고 불안감은 커지고= 이전에는 불안장애로 분류되었던 강박장애는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 5판(DSM-5)부터 '강박 및 관련 장애'로 독립적으로 분류될 정도로 중요한 질환이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어떤 생각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강박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커지고, 이러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강박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면 버스 손잡이를 잡은 후 '병균이 내 손에 묻었고, 나는 끔찍한 질환에 감염될 거야'라는 강박사고가 계속되면 환자는 끊임없이 손을 씻는 강박행동을 하게 된다. 모든 물건이 '1,2,3…', 또는 'ㄱ,ㄴ,ㄷ…' 순으로 정리돼 있어야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은 순서대로 있어야 한다'는 강박사고로 인해 끊임없이 물건 위치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강박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 두 가지 증상,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은 각각 하나씩만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출산우울증을 겪은 산모 중 일부는 아이를 키우며 '내 아이를 내가 물속에 빠뜨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강박사고로 하는 경우가 있다. 또 한 사람에 하나씩의 강박사고와 행동이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동시에 여러 형태의 강박행동을 보이거나, 시기에 따라 다른 강박행동, 사고를 보이기도 한다.

한편 강박증이 병이라는 것은 환자 스스로도 이런 생각이 '쓸데없는 걱정,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데 있다. 물건이 반드시 짝수로 있거나 정리 정돈되어 있어야 할 합리적 이유도, 버스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았다고 치명적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자신의 행동은 제어가 어렵고 불안감만 커가는 것이다.

▲편견, 치료의 문턱 넘기 어려워=강박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안와전두엽'(눈 바로 위쪽에 있는 뇌)에서 '기저핵'(뇌의 깊은 부분)으로 이어지는 뇌 신경회로의 이상에 있다고 알려져, 유전적, 생리적 영향을 포함하여 기질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가 더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환경적 영향으로 아동기의 신체적·성적 학대 및 다른 스트레스나 외상적인 사건들은 이 병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박증은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증세가 뚜렷하기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오히려 꼼꼼하고 정리정돈 잘 하는 학생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4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강박증 환자는 20~30대 젊은층이 많았다. 인구 10만 명 당 20대 환자가 86.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61.8명), 40대(43.4명), 70대(35.9명)가 뒤를 이었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경숙 교수는 “최근 젊은층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고, 치료에 대한 편견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강박장애로 치료하러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경우 병으로 인식하고 치료를 시작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박장애는 전 세계적으로 1.1~1.8%의 유병률을 보이지만 실제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은 그것보다 적은 수를 보인다.

▲증상기간 짧을수록 예후 좋아, 조기치료 중요=강박증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중요하다. 강박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대부분 고도의 사회적·직업적 기능 손상뿐만 아니라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다. 강박사고로 인해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다소 과장되어 있는 걱정에 몰두하게 되며, 강박적 행동을 통해서 불안을 줄이려고 한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경숙 교수는 “강박행동이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박증은 치료 시작 전 증상기간이 짧을수록 예후가 좋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등으로 증상을 평가해보고 강박장애가 의심이 되면 바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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