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 대전웰니스병원 종양내과 센터장 |
현재 의학에 있어 인공지능은 어디쯤 와 있을까?
일찌감치 미국의 IBM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세계적인 암치료 병원인 엠디엔더슨과 메이요 클리닉에 적용하여 2012년부터 암치료에 대한 기술을 가르치고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암치료 전문의가 2012년부터 1년에 5000시간씩을 왓슨에게 개인 교습을 해주고 있으며 4년이 지난 현재는 최고 수준의 암전문 의사와 겨룰만한 실력이 이미 완성되어 있다고 하니 의사라는 직종의 존폐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실제 어릴 때 보던 버스 안내양이 '시민자율버스'가 생기면서 요금을 직접 넣고 안내 방송으로 다음 정류장을 알려주게 되면서 없어진 직종이 되어버린 현실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본인 개인적으로는 심각할 정도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이유는 나의 하루 일과를 보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부분과 결코 대체하지 못할 부분으로 나눠서 보았을 때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일부분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의학은 말 그대로 학문이다. 환자의 상황에 맞는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결정하고 투약과 수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process)로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은 현재까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자격을 가진 의사가 실제 수련 과정에서 몸소 다양한 상황을 접하면서 체계적인 전문의가 완성되는 길을 거치게 되지만 인간의 두뇌보다 훨씬 우수한 인공지능이 활성화 된다면 실수로 전원만 내리지만 않으면 인간보다 체력도 좋고 실수도 없으며 훨씬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말 그대로 의학의 '신'이 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의학이 곧 의료는 아니다. 의료는 의술로 병을 고침 즉, 의사가 환자에게 행하는 모든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은 '의학 자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의료를 논하기는 현재로써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가령 새롭게 진단 받은 폐의 결절을 주소로 환자가 외래에 왔다고 하자. 인공지능은 재빨리 환자의 정보를 취득하여 암 가능성 몇 %, 암이었을 때 수술 가능성 몇 %, 이후 항암치료 가능성 몇 %, 차후 5년 생존률 몇 %라고 수 초 내에 환자한테 알려줄 수는 있지만 사실 환자가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의사는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통해 치료의 과정을 유지할 수 있고 감정적 유대 관계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도 있으며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환자의 정서적인 케어를 시행함으로써 좀 더 나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환자와 의사와의 정서적 관계가 치료결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의학발전에 있어 인공지능의 발전은 아주 기대되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수많은 논문과 자료를 쉽게 찾아보고 정리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며 질병에 있어서도 치료의 부작용과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질병과 유전자의 관계 및 변화 상관관계 등을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효율적인 치료 제안을 해주는 똑똑한 조수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인공지능 보다 의료에 있어서 더 우수함을 내 자신에게도 확신시키기 위해 오늘도 큰 수술을 앞둔 환자의 손을 잡고 긍정과 희망에 찬 이야기를 나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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