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산성동 한밭가든 앞 징검다리에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한 내부 조명이 설치돼 있다. |
갑천, 유등천 등 징검다리 35곳 중 조명설치 단 2곳
하천변 비추는 불빛도 약해 자전거 충돌 위험 등 대착마련 시급
#1. 김모(39·여)씨는 유등천 징검다리를 보면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며칠 전 밤에 8살 난 딸아이가 이곳을 건너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질 뻔해서다. 다행히 아이는 하천이 아닌 징검다리 쪽으로 넘어져 큰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더 이상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번거롭고 힘들더라도 돌아서 큰 다리를 이용하고 있다.
#2. 유모(53)씨는 최근 야간에 갑천변을 산책하다 자전거와 충돌할 뻔했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자전거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 탓이었다. 충돌 직전 자전거 운전자가 울린 벨소리에 유씨가 몸을 피하면서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유씨는 “산책로에 조명만 있었어도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전의 갑천, 유등천 등 하천변과 징검다리 보행자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천변과 돌다리를 직접 비추는 조명이 없어 야간이면 어둠이 가득 깔리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밤마다 어둠 속에서 위태롭게 징검다리를 건너는가 하면 산책로에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와 부딪칠 뻔하는 등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등 대전지역 3대 하천 곳곳에 35개의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시멘트로 만든 소규모 교량인 세월교도 21개에 이른다.
이 징검다리와 세월교는 하천 이용자가 많거나 특정 장소 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지역에 설치돼 주민들의 이동편의를 높여주고 있다. 중구 태평동과 서구 가장·도마동, 서구 월평동과 유성구 온천·신성동을 잇는 징검다리가 대표적이다. 다리를 건너는 것보다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어 징검다리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다.
문제는 야간에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도와줄 조명이 없다는 점이다. 도로 가로등 빛은 하천변 가장자리 만을 비출 뿐이고, 주변 건물에서 나오는 빛도 물에 반사되는 정도라 보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낮에는 빠른 걸음으로 징검다리를 걷는 시민들도 밤이면 자세를 낮춰 조심스럽게 걸음을 뗀다. 스마트폰 카메라 플래시를 손전등 삼아 발아래를 비추며 건너는 이들도 많다.
자전거와의 사고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조명을 설치하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고 달리는 자전거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어둡다보니 폭행이나 강도와 같은 범죄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상황이지만 징검다리 2곳과 세월교 1곳에만 조명이 설치돼 있고, 중구 산성동 도로 가로등을 제외하고는 하천 쪽을 비추는 가로등은 없다.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징검다리와 하천변이 어두워 조명을 설치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많지만 하천 생태계 보존이나 홍수위 등의 문제로 직접적인 조명 설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하천 인근 도로 가로등에 하천 쪽을 비추는 조명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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