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은 여성인데 이미 취업해 어엿한 직장인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학교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아프다.
남자인 다른 청년은 최근 지역 회사에 합격했는데, 학창시절엔 그렇게 싫던 학교가 지금은 너무 고맙다.
과거 이들은 소위 문제아로 불렸는데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교까지 졸업, 취업에 성공했다.
그런데 왜 서로 학교에 대한 기억이 다를까.
한 청년은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강제 전학을 당했고, 다른 청년은 담임교사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큰 사고를 방지, 학교에 남을 수 있었다.
먼저 여성 청년.
중학생 시절 동갑내기 친척이 다른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다.
친척은 그 친구가 던진 음료에 옷도 젖은 상태였다.
화가나 친척을 때린 친구에게 따졌고,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이전에도 몇 번의 소란이 있었던 이 여성은 결국 학교폭력심의위원회를 거쳐 10여㎞ 떨어진 지역의 학교로 전학을 당했다.
어린 여중생 혼자 버스를 타고 멀리 통학해야 했기에 부모와 지인들의 선처 요구가 있었지만, 무시됐다.
이후 이 여성은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매진, 인근 고교를 최상위권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는 “친척을 때리고 음료를 던진 친구를 보고 참을 수 없었다”며 “징계로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울먹였다.
이번엔 남성 청년.
매일 싸움질로 고교 생활을 이어가던 중 무단결석까지 하게 됐다.
이미 학교는 포기했다.
장사하려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담임이었던 김모(여) 교사는 이 학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은 물론 그 학생의 친척까지 연락해 학교생활을 이어가도록 했다.
이 학생의 무단결석과 싸움, 일탈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담임은 매번 학생을 다독였다.
학교생활이 위태위태했던 이 학생은 힘겹게 학교를 졸업, 이제는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남성 청년은 “그 때 담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지금 취업은커녕, 어두운 길로 빠졌을 것”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5일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13년 1017건이었던 학교폭력 심의에서 가해학생은 1600명, 이에 대한 징계(조치)현황은 2346건 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학폭 심의는 770건이 열렸고, 1335명의 가해학생이 있었지만, 징계는 2198건 이뤄졌다.
심의 건수와 가해학생 수는 각각 247건, 265명이 줄었지만, 징계는 148건 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징계가 더 엄격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은 제도적 탓이 크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행정의)투명성을 위해 작은 학교폭력 사건도 심의·징계 하는 등 매뉴얼화 돼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학생이나 학부모간 화해 요구나 중재도 오해 받을까봐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의 재량이 일정부분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철 도교육감은 지난 13일 교육청과 지자체, 경찰, 치료ㆍ상담 기관, 수련관, 아동보호기관 등 실무자 220여 명이 도교육청 대강당에 모인 자리에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행복한 충남교육을 위해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jdy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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