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ㆍ대덕구 문화 소외현상 심화
중학생 자녀를 둔 김지현(45)씨는 주말이면 미술전시를 보러 서구로 향한다.
김씨가 거주하는 동구에는 미술관이 없는 터라 미술을 전공하는 자녀들과 함께 서구에 있는 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으로 ‘원정 문화향유’를 나가는 것이다.
지역에 미술관이 없어 시간과 비용이 더 들더라도 문화공간이 밀집된 서구로 가는 것이 낫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대덕구 사는 박소영(34)씨 역시 주말에 영화를 보기 위해 중구 문화동으로 나선다. 대덕구에는 영화관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주말이면 인근 주민들이 모두 몰리는 터라 며칠 전 예매는 필수다.
이처럼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자치구 별 문화예술 시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여전하다.
공연장, 영화관 등 각종 문화시설이 서구와 유성구 등에 밀집돼 있는 반면, 대덕구와 동구에는 현저히 부족해 열악한 수준이다.
대전 문화예술시설현황(1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유성구 96곳, 중구 86곳, 서구 82곳으로 집계됐다. 동구와 중구는 각각 59곳, 58곳에 그쳤다.
가장 많은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는 유성구는 박물관과 도서시설이, 서구는 종합공연장과 일반공연장, 소공연장 등이 밀집돼 있었다. 중구에는 과거 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건립됐던 개인화랑 및 노후 극장, 소규모 공연장 등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덕구는 영화상영관, 미술관 등 변변한 문화시설이 단 1곳도 없었다. 특히 영화관은 적은 금액으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시설임에도 대덕구민들은 지역에 영화관이 없다 보니 타구에 위치한 영화관을 전전해야 하는 설움으로 문화적 혜택에서 크게 소외되고 있다.
동구는 미술관이 전무했고, 공연장도 역시 7곳에 불과해 서구(18곳)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주택가에 밀집돼 마을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마저 유성구가 68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구 52곳, 서구 41곳, 동구 40곳, 대덕구 38 곳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문화시설의 신도심 집중도는 더욱 높아지는 반면, 도심 외곽지역인 동구·대덕구의 문화적 소외현상 등 자치구 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예술계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화서비스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소규모 공연시설의 확충을 시작으로 문화기반 시설이 취약한 동구와 대덕구에 균형적인 문화서비스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대전 전체적으로 몇 곳이 되느냐가 아니라 쉽게 문화공간을 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건데, 여전히 대전은 문화의 형평성을 거론하면서도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체문화공간의 확대보다는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평을 고려한 문화시설 확충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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