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혹시 모를 사태 대비해 최대인력 투입
경찰도 법원 곳곳에서 대기하며 상황 지켜봐
12일 오전 9시 대전지방법원. 법원 경비 인력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인근 검찰청과 법원 인근에 정보과 형사들이 배치돼 있고, 법정 앞에서만 시행하던 몸 수색을 정문부터 방문객마다 일일이 수행했다.
2층 법정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수십여명이 몰려 들었다. 대부분 큰 덩치에 팔에는 문신까지 한 이들의 위협적인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원은 한두 명도 아닌 70여명. 이들의 정체는 뭘까?
법정에 ‘우르르’ 몰려든 이 남성들은 대전을 무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 ‘신한일파’ 조직원들이었다.
이들은 2013년 7월 경쟁 폭력조직인 ‘신유성파’ 한 조직원이 ‘신한일파’의 조직원을 흉기로 찌르자 신유성파 조직원들을 찾아다니며 폭행을 하고 차량을 부순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조직으로 옮기려 했다”는 이유로 후배 조직원을 때린 이들도 있었다.
대전지법은 역대 최대 숫자인 74명이 한꺼번에 기소된 ‘이례적’인 사태에 대비해 가용 인력을 총 동원했다. 1층 로비에서부터 이들이 흉기나 날카로운 물건을 소지했는지 일일이 수색했다.
경찰도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둔산경찰서 강력계와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 30여명 및 기동대 1개 대대가 법정 안팎에 배치돼 상황을 살폈다. 김재훈 둔산서장도 직접 현장에 나올 정도였다.
조직원들은 법정 앞에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다가도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오전 9시 40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재판이 시작됐다. 인원이 많다보니 반으로 나눠 오전 9시 40분과 11시에 재판이 두번 진행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피고 번호가 적힌 방청석에 차례로 앉아 재판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양손을 맞잡은 이들도 보였다.
30여분이나 걸린 피고인들의 이름과 주민번호, 거주지 확인이 끝나자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어 내려갔다.
자신들에게 적용된 혐의내용이 들릴 때마다 조직원들은 머리를 감싸 쥐거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변호인들은 변론에서 조직원들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 조직원에게는 재물손괴 정도인데 폭행상해 등 과한 혐의가 적용됐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마지막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판사의 말에 조직원들이 차례로 일어나 가슴 속에 담고 있던 반성과 후회의 마음을 꺼내놓았다.
이들은 “부모님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후회하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 “둘째가 곧 태어나는데 가정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는 등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직원 23명에 대해 징역 1~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여기저기 다시 한숨이 새어나왔다.
구형이 내려지지 않은 조직원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6일 열리며 증인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14년 1월 대전에서 활동하는 폭력조직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여 신유성파와 한일파, 신안동파, 신왕가파 등을 적발해 모두 12명을 구속하고 201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김민영ㆍ송익준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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