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두달도 안돼 폐업신고
개점 예정이던 노은점도 4월말 완전 철수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판매하는 ‘개성공단상회 대전 둔산점’이 최근 폐점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전국에서 5번째로 들어선 상회 둔산점은 문을 연 지 불과 6개월 만인 3월말 영업을 중단하고 폐업신고를 냈다.
2월11일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조처 뒤 제품 공급이 끊기면서 채 두달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된 것이다.
12일 만난 박민경<사진> 전 둔산점 대표는 수차례 ‘억울하다’는 표현을 써가며 폐업의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대표는 “‘착한 기업, 베푸는 기업’을 목표로 상회를 열어 이제 좀 단골이 생기는구나 싶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변수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다”며 “가게 운영을 잘못한 것도 아니고 왜 이런 피해를 개인이 당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업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개성공단으로부터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봄·여름 신상품 등 제품 구색을 맞출 수 없었고 지난 가을·겨울 재고만으로 장사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월23일부터 이틀 간 대전시청 로비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업체 상품 특별판매전’을 끝으로 사실상 영업을 끝내고 3월31일 폐업신고를 했다.
남은 의류와 잡화, 가전제품 등 2060만원 상당의 재고는 ‘나눔과기쁨대전연합회’와 ‘아름다운가게’에 모두 기부했다.
장사는 접었지만 여전히 점포 임대료 100만원은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8월 둔산점 점포를 2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당장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매달 임대료를 물어야 할 것 같다”며 “장사다운 장사를 해보지도 못하고 수천만원의 권리금과 보증금에 임대료까지 손놓고 앉아 까먹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남들의 오해도 견디기 힘들다. 박 대표는 “주위에선 내가 정부로부터 금전적 보상이라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받은 게 있다면 상품특별판매전 때 지자체가 집기류 임대비용으로 지원해준 40만원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월말 대전지역에서 두번째로 개점하려던 상회 노은점도 4월말 완전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2월26일 오픈을 향해 점포 인테리어 공사를 80%가량 마쳤을 때 공단폐쇄 발표가 나왔다. 눈물을 머금고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에 두달치 점포 임대료 260만원을 그대로 날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새로운 가게 임자가 나타나 보증금은 건졌다.
노원록 전 노은점 이사는 “직원 채용면접과 제품주문을 하려던 바로 그날 개성공단 가동중단이 발표됐다”며 “공단 폐쇄 때문에 할 수 없이 폐업을 결정했고 재산상 손해까지 입었는데 대체 누구에게 피해를 하소연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허탈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문승현 기자 hey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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