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와 고가장난감에 경쟁심 부추겨
#1. 직장인 이 모(39·대전 서구 도안동) 씨는 최근 유치원생 아이에게서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완구가 친구보다 적어 소외감을 느낀다는 얘기였다. 이 씨는 “터닝메카드와 또봇 등을 사줬지만 신제품이 계속 나와 구매하는 데도 한계를 느낀다”며 “소외감을 느껴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2. 주부 신 모(46·서구 괴정동) 씨는 유아전동차를 사달라는 다섯 살 난 아들 때문에 고민이 깊다. 최소 20만 원대에서 많게는 70만 원대에 육박하는 가격 탓에 부담을 느껴서다. 신 씨는 “남편 월급은 한정돼 있는데 아이들 장난감이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며 “또래 친구들의 전동차를 얘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사주고 싶지만 여력이 안 돼 한숨만 나온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난감 업체들의 고가 상품 출시에 동심이 멍들고 있다. 1만 원대부터 최고 70만 원대에 육박하는 장난감을 내놓으면서 아이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이 같은 현상은 자신의 장난감이 친구 장난감보다 가격이 저렴하거나 갖지 못한 장난감에 질투의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아이들은 서로 누구의 장난감이 더 비싼지, 많은지를 잰다. 어린이집 교사인 김 모(29) 씨는 “장난감이 많은 아이는 웃음을 짓는 반면 장난감이 부족한 아이는 금세 울상을 짓는다”고 말했다.
경쟁은 고가에 형성된 유아전동차가 대표적인 예다.
BMW, BENZ, AUDI 등 외제차 브랜드로 만들어져 있어 부모에게까지 경쟁이 미친다. 하지만 높은 가격에 부모들도 구매가 망설여진다. 적게는 20만 원대부터 많게는 70만 원대까지 고가에 팔리고 있어서다.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완구도 경쟁의 대상이다. 이 완구는 유아전동차보다 비교적 저렴하지만 신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경쟁을 부채질한다.
부모들은 고가의 장난감 구매 여건이 녹록치 않아 저렴한 상품으로 대신한다. 이는 유통업계 매출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에서 지난 1~5일 판매된 완구는 전주대비 30%대 신장률을 보였으며, 1~2만 원대의 저렴한 장난감이 주를 이뤘다.
반면 고가의 유아전동차는 부모들의 주머니 사정을 보여주듯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전지역 이마트 유아전동차 판매도 이달 첫째 주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 소폭 하락했다. 주부 김 모(39) 씨는 “어린이날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 모두를 사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친구 장난감을 부러워하는 아이를 보면 기분이 안좋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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