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7시께 밝은 징검다리의 모습. |
갑천역 3번 출구에서 왼편을 바라보면 넓게 펼쳐진 갑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잔디와 맑은 물, 시민들의 쉼터로 제격인 곳이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온천동과 월평동이 마주해 이곳은 ‘쉼’을 즐기려는 주민들로 가득하다.
하천 한 가운데 놓여 있는 돌다리도 인기가 많다. 두 동네를 빠르게 오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갑천대교나 만년교보다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또 돌다리 주변에는 갑천역, 홈플러스, 병원, 주택가가 몰려 있어 돌다리를 건너는 주민들이 많다.
문제는 해가 떨어진 이후다. 하천이나 고수부지를 비추는 조명이 없어 야간엔 어둠이 깔린다. 인근 도로에 가로등이 줄지어 있지만 하천이 아닌 도로를 비춰 소용이 없다. 이렇다보니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위험하게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얼마나 어두운걸까, 지난 10일 이곳을 찾았다. 사방 1m의 단단한 돌다리 90여개가 갑천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돌다리 간 간격은 50~60cm로 촘촘했다. 오후 7시, 해가 지는 시간이었지만 돌다리를 건너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 밤이 되자 깜깜해진 징검다리 모습. |
하지만 오후 8시께 해가 넘어가자 금세 어두워졌다. 도로 가로등에서 빛이 새어나왔지만 하천변 전체를 비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말 그대로 어둠이 내린 듯했다.
월평동에서 온천동 방향으로 돌다리를 건너봤다. 1시간 전만 해도 눈에 넓게 보이던 돌다리들이 한두 개만 들어왔다.
주변 건물과 가로등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돌다리 중간부분은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어 약간 두려움까지 들었다. 발밑만 보며 건너다보니 맞은편에서 오던 주민과 부딪힐 뻔 하기도 했다.
월평동 주민 신모(40·여)씨는 “장을 보러 맞은편 홈플러스를 갈 때마다 돌다리를 이용하는데 낮에는 상관없지만 밤에는 정말 불안하다”며 “너무 밝지 않아도 괜찮으니 돌다리를 조금이라도 비추는 조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주민들이 돌다리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건넜다. 스마트폰 손전등 앱으로 돌다리를 비추며 건너는 이들도 있었다.
온천동 주민 양모(27)씨는 “집에서 유성온천역보다 갑천역이 가까워 돌다리를 자주 건넌다”며 “발이 빠지거나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밤에는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고 다녀야만 한다”고 토로했다.
대전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하천을 비추는 조명이 없어 인근 주민들이 돌다리를 통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도로 가로등에 하천 쪽을 비추는 등을 추가로 달거나 돌다리 내부에 태양광 조명을 설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해 주민들의 불편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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