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과 충북도 각각 3743명, 1965명이나...
벌건 대낮 도심 한복판, 한 여성이 영문도 모른 채 구급차에 태워진다. 소리도 질러보고 때려도 보지만 건장한 남성 2명을 상대하긴 역부족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눈을 떠보니 정신병원이었다.
왜 이곳에 왔는지 물었지만 병원은 답해주지 않았다.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독방에 갇혀 강제로 약을 먹고 폭력에 시달린다. 그의 말은 허공의 메아리였다. “난 미치지 않았어요….”
최근 개봉한 영화 ‘날 보러와요’의 줄거리다. 영화는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해 고통을 겪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 같지만 이 이야기는 실화다.
정신병원 강제입원도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1명의 진단만 있으면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가 그 근거다.
대전ㆍ충청지역에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한 환자가 6700여명에 달한다. 반면 본인 의사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회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은 9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4년 각 시도별 정신의료기관 입원자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전과 세종ㆍ충남ㆍ충북지역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9852명 중 약 70%인 6798명이 본인 뜻이 아닌 비자의로 수용됐다. 나머지 3041명은 스스로 입원했다.
지역별로 강제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한 경우는 충남이 374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북(1965명), 대전(1025명), 세종(65명) 순이었다.
충남은 전체 입원자 4466명 가운데 3743명이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2515명이 가족의 결정으로 정신의료기관에 보내졌다.
공주치료감호소 등 국립감호정신병원에 입원한 치료 대상자는 1150명, 직계가족이 없어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지자체장에 의한 강제입원은 78명이었다. 자의입원은 719명에 불과했다.
충북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자 1965명 중 1930명이 가족에 의해 강제입원이 결정됐다. 지자체장에 의한 강제입원은 35명, 본인 뜻으로 입원한 경우는 998명이었다.
대전은 스스로 입원을 결정한 환자가 1291명으로 강제입원 환자(1025명)보다 많았다. 대다수가 가족에 의해 강제입원(991명)이 결정됐으며, 지자체장이 강제입원을 판단한 경우는 33명이었다.
세종은 전체 환자 99명 가운데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이 65명, 자의입원이 33명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강제로 정신병원에 보내진 입원자들은 현 제도가 부당하다고 호소해 왔다.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입원되는데다 입원 후 6개월마다 퇴원과 치료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퇴원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어서다.
부당하게 강제 입원된 사람이‘인신구제 청구’ 제도로 퇴원명령을 받더라도 다시 구급차에 실려 재입원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신보건법 제24조 1·2항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됐던 한 남성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심리 중에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 관계자는 “현 제도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상항”이라며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만 받아도 강제입원 돼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강제입원이 허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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