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코너’를 기억하십니까?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본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 독자들을 위해 서비스됐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 속에 담긴 유래와 의미를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출간한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게재됐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추억의 코너를 되살려보기 위해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 시즌 2를 시작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 미꾸라지 |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잉어목 기름종개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를 이른다. 몸의 길이가 10~20cm로 가늘고 길며 머리는 원추형이고, 주둥이가 길며 입이 아래쪽에 있는데 입가에 다섯 쌍의 수염이 달려 있다. 몸의 등쪽은 암록색이고 배쪽은 희며 머리와 등쪽에 작은 검은색 점이 흩어져 있다. 무논, 개천, 호수, 못 등의 흙바닥 속에서 사는데 이따금 수면 위로 내장호흡을 하며 가물거나 겨울이 되면 흙 속으로 파고들어 숨기도 한다.
뱀장어와 같이 몸에 비늘이 없이 매우 미끌미끌 하기 때문에 미꾸리, 미꾸라지라 부르게 되었고 가을에 제 맛이 나기 때문에 ‘가을 추’ 자가 들어가 ‘추어鰍魚’라고 부른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둘은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에 속한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새가 약간 다르다고 한다. 즉 몸통이 약간 둥그스럼한 것이 미꾸리이고, 세로로 납작한 것이 미꾸라지라고 한다.
우리 땅에서는 옛날부터 이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는데, 미꾸라지가 미꾸리보다 더 강한 종이어서 야생상태에서 포획을 하면 미꾸라지가 더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리고 미꾸리는 미꾸라지보다 더 구수한 맛이 있어 토종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이정호, 남원 미꾸리, 충청매거진 2009. 11월호).
최근에 추어탕 집에서 쓰는 물고기는 미꾸리보다 미꾸라지가 주로 쓰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꾸리에 비해 미꾸라지의 속도가 배나 빨리 자라므로 1년이면 추어탕 감으로 알맞은 15cm 정도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토종인 미꾸리는 그 만큼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꾸리 추어탕을 맛보기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미꾸리나 미꾸라지는 그 어원을 같은 ‘믯滑’에 두고 있다. 미꾸리의 어형은 ‘믯滑+글(접사)+이(접사)’인데 그 변천 과정은 ‘믯그리 > 믜구리 > 믯꾸리 > 미꾸리’로 된다. 한편 미꾸라지는 어형이 ‘믯滑+글(접사)+아지(접사)’인데 그 변천과정은 ‘믯글아지 > 밋그라지 > 미꾸라지’로 된다.
그럼에도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둘 다 생태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꾸라지가 줄어서 미꾸리로 바뀐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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